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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속도가 중요하다/박우규 선경경제연구소 부소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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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속도가 중요하다/박우규 선경경제연구소 부소장(특별기고)

입력
1997.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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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금융산업은 부실채권과 부실자산이 많아 운신의 폭이 좁은데다가 저수익 고비용영업구조가 체질화해 있다. 그야말로 은행 투신 보험 증권 종금 신용금고 등을 구분할 필요없이 하나의 거대한 부실산업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으로 외국자본에 의한 은행·증권·투신업에 대한 국내진출이 98년말부터 완전 자유화할 예정이어서 국내금융산업의 생존 자체가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간주도의 개혁안을 만들어 금융개혁을 조속히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발표는 발상이 적절할뿐 아니라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이 든다. 문민정부 초기 대통령의 권위가 서슬이 시퍼럴 때, 신경제 100일계획 등과 같은 전시성 홍보활동에 행정력을 낭비하는 대신 노동법개정과 금융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했었다면 아마도 국제수지적자가 이 지경으로까지 악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금융개혁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첫째로, 2년후에 국내 영업이 허용될 외국금융기관들의 영업방식대로 우리 금융기관이 영업할 수 있도록 업무영역제한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금융산업은 소규모의 인원으로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21세기 유망산업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모간스탠리라는 증권회사는 9,000명정도의 직원으로 투자은행 형태로 영업하여 지난해 4·4분기에만 2억4,000만달러, 원화기준으로 약 2,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한다. 95년기준으로 삼성전자 한전 포철 등이 연간 8,000억원정도 이상의 순이익을 냈을뿐이며 그나마 종업원수는 2만∼6만5,000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증권회사 투자신탁회사 종금회사간에 서로 상호진출을 허용, 미국식 투자은행형태로 영업할 수 있도록 이른 시일내에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며칠전 은행과 증권의 업무영역을 없애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남보다 한발 앞서야 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우리도 아예 미국처럼 은행과 증권업의 업무영역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내금융기관간의 경쟁수준이 높아져야 외국금융기관과의 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처럼 정부가 업무영역의 완화를 단계적으로 지정해주는 소위 포지티브시스템으로 하지 말고, 안될 업무만 빼고 나머지는 다 할 수 있다는 네가티브시스템으로 해야 경쟁이 제대로 될 것이다.

둘째는 업무영역제한의 완화와 동시에 건전성 감독이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 저축대부조합의 부실은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손실을 끼쳤는데 여기에는 위험한 영업활동을 제한하지 못한 금융감독기관의 책임이 컸다. 앞으로 감독대상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이 서로 중복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견되는바, 금융감독기관들간의 업무협조 등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변화에서 속도가 중요하다. 너무 빨리 추진하면 금융시장이 불안할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의 문제점은 오히려 변화속도가 너무 느려, 그것이 부실화와 금융불안정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미루고 있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는 금융기관 인수합병(M&A)이 국경을 넘어서까지 진행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판에 우리는 칸막이를 쳐놓고 서로간의 경쟁도 제한해왔던 것이다. 문민정부 마지막 해라고 어려운 것을 뒤로 미뤄봐야 다음 정부의 부담만 될 것이다.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의 빅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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