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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시대」 맞으려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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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시대」 맞으려면(사설)

입력
1997.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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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사고로 지각을 하고야 왜 서울이 삶의 질 세계 최하위 도시로 꼽히는지를 실감했다. 사고가 났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밖으로 나왔으나 택시는 잡을 수가 없었다. 지하철 개통 이후 도심지까지 가는 버스노선도 없어졌다. 할 수 없이 부도심행 버스와 다른 지하철 노선을 갈아타고 회사에 도착하니 아침회의가 시작된 뒤였다. 평소의 배인 90분이 걸린 것이다. 다시는 지하철 탈 생각이 없어졌다.사흘이 멀다 하고 멈추는 지하철, 운전사의 허락 없이 탈 수 없는 택시, 난폭운전으로 승객이 차내에서 넘어져 다치는 시내버스. 대중교통수단 이용에 진저리가 난 시민들은 앞다투어 승용차를 택하게 되고, 도로의 정체는 갈수록 악화한다. 이러고도 서울이 양곤(옛 랑군) 자카르타 베이징(북경)보다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난해 홍콩의 여행전문지 설문조사에서 서울은 세계 46개 도시중 종합순위 39위였고, 9일 발표된 국내 민간경제연구소 조사의 삶의 질 부문에서는 30개 도시중 최하위였다. 교통난이 큰 이유다.

이번 사고는 나지 않아도 될 사고였다. 2개월여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5호선 부분개통 이래 14건이나 일어난 사고들의 직접적인 원인은 여러가지이지만 무리하게 개통을 서두른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충분한 시운전을 못해 사전에 문제점들이 노출되지 못했고, 응급조치 요령도 숙지시키지 않은 운전자들에게 2분30초간격의 운행을 강행시시키는 등 운영에도 무리가 따랐기 때문이다.

94년 개통을 앞당긴 과천선 분당선에서 하루에도 몇건씩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는데 놀란 서울시민들은 2기지하철 개통을 재촉하지 않았다. 5호선 한강 하저터널공사 지연으로 예정공기보다 1년 이상 완전개통이 늦어져도 안전하게 만들어 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또 서둘렀다. 당산철교 철거를 서두르면서 교통대책을 세운다고 여의도역 등 도심구간의 역무자동화시설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영업시운전 기간을 단축하고 개통을 감행했다. 20일 정도 연기해야 한다는 역무자동화 설비 시공회사측 건의도 묵살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5호선의 최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전기분야는 스위스 독일 미국 등 3개국, 통신은 일본, 신호는 미국, 전동차는 스웨덴, 역무시설은 영국에서 들여온 다국적 복합설비이다. 2중3중의 안전장치도 갖추고 있다. 그럴수록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종사자 직무교육과 유지관리에 더욱 노력을 쏟아야 할 텐데도 반대로 생략하고 단축했다. 20분이면 손볼 간단한 고장에 2시간이 걸린 것도 그 때문이다. 5호선 개통으로 서울의 수송분담률은 지하철이 1위가 됐다. 아직 공사중인 6호선과 7호선 미개통구간이 완공되면 서울은 명실공히 본격적인 지하철도시가 된다. 그만큼 지하철의 안전성과 정확도는 높아져야 한다. 이것을 담당할 인력의 교육과 전문기술자 양성은 필수적이다.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지하철을 관리하고 운영할 시스템구성의 시급성을 이번 사고가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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