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저지·상장폐지 모면 수단 등 악용 많아전환사채(CB)가 상장사의 경영권 방어, 대주주 지분확대, 상장폐지위기 모면, 계열사간 자금이동 등을 위한 편법 증자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에는 상장사들이 발행 즉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모CB를 잇따라 발행, 증시의 물량부담을 가중시키고 기업인수합병(M&A)을 무력화시키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1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7일 한화종금이 400억원규모의 사모 CB를 발행한데 이어 10일 신호그룹 계열사인 신호제지와 신호페이퍼도 각각 300억원, 200억원의 사모CB를 발행키로 결의했다.
이들 3사의 CB는 모두 발행당일 또는 다음날부터 주식전환이 가능해 신주발행과 다름없는 증자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회사채로서의 본기능을 상실한 기형적인 채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경영권분쟁에 휘말린 한화종금의 경우 CB발행목적이 자금조달보다는 대주주 지분확충을 통한 경영권방어에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신호그룹도 CB발행을 통해 자금조달, 대주주 지분확대, 계열사간 자금이동 등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신호제지가 발행한 CB는 계열사인 신호페이퍼가, 신호페이퍼가 발행한 CB는 비상장 계열사인 일성제지가 각각 인수토록 했기 때문이다.
CB는 회사채와 비슷한 채권의 일종이지만,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옵션)이 부여된 채권이다. 현행법상 공모CB의 경우는 증시 수급안정을 위해 발행후 6개월이 지나야만 주식 전환청구가 가능하도록 돼있으나 발행회사가 인수자를 직접 물색해 물량을 넘기는 사모CB는 전환청구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
특히 사모CB는 배당실적이 유상증자요건(최근 3년간 평균 주당배당금이 400원이상)에 미달하는 법인이 발행할 수 있도록 돼있어 증자 자격미달 기업에 합법적인 증자의 길을 터주는 모순점을 지니고 있다. 공모CB도 모든 기업이 주총 또는 이사회결의를 통해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어 남발 및 악용의 소지가 높다.
실제로 공모CB가 3년 연속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하는 편법 증자수단으로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94년부터 연속 2년간 자본을 잠식, 2부에서 관리종목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영우통상은 지난해 5월과 12월 각각 100억원의 CB를 발행, 영업실적 개선을 통하지 않고도 자본잠식상태를 간단히 탈출했다. 증권당국은 3년 연속 자본잠식한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편입, 상장 폐지토록 하고 있으나 CB를 이용하면 이같은 규정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94, 95년 자본잠식을 기록한 태평양패션도 94년 120억원, 95년 38억원, 96년 150억원의 공모CB를 발행, 이중 대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96년 결산시에는 자본총계가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CB남용이 규제되지 않을 경우 증시 수급구조가 위태로워지고 소수주주의 의결권행사 기회가 원천봉쇄되는 등 금융질서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며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