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의 반정부시위가 두달째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웃 불가리아에서도 반정부소요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시위대들이 의사당에 방화하고 경찰이 이에 맞서 발포하는 사태가 발생함으로써 사회당정권이 94년말 재집권이래 최대의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말부터 이어지던 시위는 사회당이 지난달 사임한 얀 비데노프 총리의 후임으로 사회당 소속 니콜라이 보브레프 내무장관을 4일 지명하면서 급격히 확산됐다.
22일로 5년 임기가 끝나는 젤류 젤레프 대통령은 비공산세력인 민주세력동맹(UDF)소속이지만 헌법규정상 사회당의 요구대로 보브레프에게 11일까지 새 내각을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98년말까지가 임기인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시위대들은 조각시한 하루전인 10일 열린 비상 의회에서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의사당에 난입한 것이다.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불가리아 민중들의 분노가 터진 것』이라는 UDF지도자 오르단 소콜로프의 말처럼 이번 사태는 누적돼 온 경제위기가 폭발한 것이다. 전임 비데노프 총리는 94년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를 내세워 91년 UDF에 넘겨줬던 의회를 다시 장악했지만 사회주의 경제의 틀을 고수, 경제개혁에 실패했다. 일반인들의 월급은 평균 20달러에도 못미치는 반면 물가는 지난 한해 세배 이상 뛰었다. 국내총생산(GDP)은 8∼10% 감소했고 외채는 100억달러를 넘어 채무불이행선언을 해야 할 판이다. 전체기업의 90%를 넘는 국영기업의 효율성은 극도로 저하돼 있음에도 사회당은 민영화 등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마피아들의 조직범죄도 국민들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결국 지난해 6월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일어나고 반사회당 분위기가 확산됐으며 11월 대선에서는 UDF의 페타르 스토야노프가 공산당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비데노프는 실정의 책임을 지고 지난달 사회당수와 총리직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새 내각 구성요청을 철회한다는 젤레프 대통령의 발표에도 사태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이웃 세르비아에서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파급효과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은 외형적으로는 아직까지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89년 「궁정혁명」을 통해 공산독재를 스스로 거둬들인 경험이 있는 사회당은 「불만은 억압할수록 큰 폭발에너지를 지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추가 타협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김준형 기자>김준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