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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청 비서실장 박종운씨(선데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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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청 비서실장 박종운씨(선데이 스토리)

입력
1997.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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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치사 박종철씨가 끝까지 함구 「수배자」/「그때 그 선배」 공무원 변신/죄책감 시달리다 민주화운동 계속/기념사업회 참여,93년 의원비서로/14일 10주기… 고인 부모 자주 문안14일은 경찰의 모진 고문끝에 박종철(87년 당시 21세·서울대 언어3)씨가 숨진지 10년째 되는 날.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시끄럽고 수상하지만, 「87년 6월」을 겪은 이들에게 그의 의미는 시간이 갈수록 새롭다.

박씨가 「수배된 운동권선배」의 소재를 대라는 경찰의 고문을 당하면서 끝내 함구했던 그 선배는 지금 서울 강동구청장 비서실장(별정직 5급)으로 일하고 있다. 당시 서울대 사회학과 4학년 제적생이었던 박종운(37)씨에게 박종철 10주기의 의미는 각별하다.

『민중예술가 홍성담씨가 조각을 맡아 4월1일 서울대에 세우려 한 기념비가 시국이 어수선해 제때 세워지지 못할 것같습니다. 10년이 되도록 기념비 하나 못 세운 것이 선배로서, 동지로서 부끄럽습니다』

박씨가 후배의 고문치사사실을 안 것은 사망 3일후인 87년 1월17일 아침.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소설같은 기사에서 경찰이 자신을 찾다 그같은 일이 발생한 것을 알고 『쇠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가 민주화투쟁이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 노동자해방투쟁동맹 산하 지하그룹에서 「운동」을 계속했다.

85년 서울대 민추위사건으로 수배된지 4년여만인 88년 12월 해제되자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기관지 「노동운동」편집위원, 학원강사를 전전했다. 93년 7월엔 현재 강동구청장인 김충환 민주당 원내기획실장의 추천으로 국회의원 비서관생활을 시작했다.

노동현장에서 만난 강희경(37)씨와 90년 결혼, 남매를 둔 그는 9년째 「민주열사 박종철 기념사업회」(회장 김승훈 신부)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고인의 부모 박정기(68)씨와 정차순(66)씨에게 자주 문안인사도 드리고 있다.

『종철이는 자랑스런 후배입니다. 극한상황에서 결연했던 당당함, 어리광도 부릴 줄 알던 유연함을 이제는 제가 종철이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기념사업회는 12일 경기 마석 모란공원 고인의 묘역에서 참배행사, 14일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10주기 추도행사를 갖는다.<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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