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세계적 연주가들의 내한 초청공연이 러시를 이룰 것이라 한다. 유명 연주가 가운데는 거의 해를 거르지않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예술적 전달보다 흥행성 집착이 그 원인이다. 그 결과 심한 경우 애초 신선한 인상을 주었던 아티스트에 대한 실망으로까지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매니지먼트의 고질적 과당경쟁은 이미 한국 연주시장이 봉이 된 지 오래라 한다. 경기 침체와 선거를 치루어야 하는 어려운 여건에서 과다 초청공연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제는 이 문제를 꼼꼼이 따져야 할 때가 되었다.무분별한 초청공연으로 객석이 비고 외화를 낭비하기보다 국내 악단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채리티체임버앙상블이나 금호현악사중주단, 화음체임버오케스트라 같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악단을 꾸준히 지원하거나 서울아카데미심포니나 소마트리오, 기업이름을 단 소그룹 연주단체를 결성·지원하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 유명 악단의 일회적 지원보다 지속성 있는 국내 악단 지원에 국민적 성원이 따라야겠다.
이제 우리는 세계 최정상의 단체와 연주가들을 거의 빠짐없이 만나보았다. 연주 본 것을 자랑으로 여기던 문화 춘궁기가 아니다. 오히려 양적 팽창의 그늘에 고통받고 있는 국내 연주가와 단체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얼마 전 나라를 대표하는 서울시향이 수개월 동안 한 쪽 면이 찢어진 북으로 연주해 소동을 일으켰다. 악단의 현실이 개탄스럽고 문화행정이 직무유기 수준을 보기좋게 뛰어넘는 순간이다.
치밀한 청중 성향 파악, 적극성 있는 홍보, 행정의 유기적 협조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언론, 기업들이 국내 악단 성장에 우선 순위를 두는 애정과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 악단과 연주가들의 풍부한 잠재력은 지원만 한다면 경쟁력도 연주력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연주가들을 사랑하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는 과소비를 줄일 수 있는 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국민 정서를 움직이는 것이 바로 문화정신이기 때문이다.<탁계석 음악평론가>탁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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