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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3년 전쟁’ 마감/GM,VW에 ‘화해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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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3년 전쟁’ 마감/GM,VW에 ‘화해의 승리’

입력
1997.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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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 제너럴 모터스(GM)와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VW)의 3년에 걸친 산업스파이 전쟁은 결국 「화해」의 형식을 띤 GM의 승리로 끝났다.두 회사는 9일 미국 디트로이트와 독일 볼프스부르크 본사에서 각각 성명을 발표, VW가 GM에 현금 1억달러(844억원)를 지급하고 7년간 10억달러(8,448억원)어치의 GM 부품을 구입하는 조건으로 GM이 VW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산업스파이 전쟁 사상 최대규모로 꼽히는 이 사건은 93년 3월 당시 GM 구매담당사장 호세 이그나시오 로페스가 북미담당 사장으로 승진하기 직전 동료간부 7명과 함께 느닷없이 VW 사장으로 이적하면서 비롯됐다. 로페스는 GM보다 4배나 많은 연봉(160만달러) 때문에 자리를 옮긴 것으로 돼 있지만 실상은 이적하면서 VW의 페르디난트 피에히 회장에게 GM의 기밀서류를 넘겨주었다. 로페스는 고향인 스페인을 경유, 서류 수천쪽과 디스켓을 독일로 공수했으며 거기에는 GM 독일자회사(오펠)의 혁신적 원가절감 조립공장 설립계획(X프로젝트)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VW가 지난해 가을 브라질에 문을 연 공장이 바로 이 프로젝트에 따라 건설된 것으로 보고 있다.

GM은 96년 3월 디트로이트시 연방법원에 부당이득 취득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로페스와 피에히 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GM과 오펠이 주장하는 손해액은 3억∼6억달러. VW로서는 패소하면 손해액의 3배를 물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18억달러(1조5,200억원)까지 날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갈 데까지 갈 것 같던 공룡들의 싸움은 지난해 11월29일 문제의 로페스가 VW 사장직을 그만두면서 화해쪽으로 가닥이 잡혀갔다. 이번 합의는 스파이사건의 배후를 VW와 연결시키지 않고 로페스라는 한 문제아의 비행으로 마무리짓자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를 반영하듯 VW는 이날 GM측에 보낸 피에히 회장 명의의 공개서한에서 『로페스와 그의 동료들이 불법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산업 분석가 마이크 로비넷은 『법정에서 질질 끌어봐야 어느 쪽도 이득이 안된다는 판단이 화해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며 『특히 VW로서는 비교적 값싼 해결책을 찾았다』고 분석했다. 회사 차원의 합의는 이루어졌지만 로페스에 대한 독일 검찰의 소추와 미국 법무부의 조사는 계속된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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