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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탄스런 정치력의 빈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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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탄스런 정치력의 빈곤(사설)

입력
1997.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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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국리를 위해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형국이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작금의 정치상황은 우려의 차원을 훨씬 넘어섰다. 정치력 빈곤, 정치력 부재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지난 연말 노동법 등의 날치기 처리로 빚어진 정국의 교착상태는 전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계의 파업사태는 날로 확대되고 있고 이에 맞서 정부는 파업주동자에 구인장발부 등 공권력행사만 되풀이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는 사이 국가경제는 나락의 경지로 추락하고 있고 국가적 위신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땅에 떨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마치 빙탄불상용의 관계인 것처럼 대화의 문에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여권이 뒤늦게 노동법개정안 대국민홍보계획을 밝히고는 있다. 또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정책개발 의사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모두 「난국대처」에는 미흡하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연일 영수회담을 하자면서도 파업사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나 노동법에 대한 대안 제시는 아직 없다. 무엇을 논의하자는 것인지 속셈이 뻔하다.

총체적 난국을 풀려는 정부의 대전환을 기대했던 대통령의 연두회견은 오히려 실망감만 더 안겨주지 않았나 하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소회다. 심각한 경제난 타결을 위한 정책제시는 차치하고라도 정치권이 그래도 무엇인가 고민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여간 실망스럽지 않았다.

『만나봐야 해결책이 나올 리 없다』고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은 성급한 단견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대화는 있어야 한다. 대화를 재개하는데 무슨 조건이 있을 수 없다. 난국의 인식이 바로 대화의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인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기싸움을 하고 있는 3김이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우선 총장 총무 등 3역이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특히 가장 시급한 현안인 노동법 문제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야당은 노동법의 문제조항에 대한 재개정의사를 표명한바 있고 본란은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노사간의 불균형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하면 합일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또 대통령이 현단계에서는 불요하다고 거절한 영수회담도 분위기 반전에 따라서는 꼭 이뤄질 수 있다고 우리는 본다.

정치권이 공통분모를 찾아내면 노동계도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한단계 낮춰 차선에서 타협점을 모색하리라 본다. 정치권이 수수방관하는 사이 사태는 점점 치유불능의 상태에 빠져든다. 이런 극한 상황은 막아야 한다.

이 나라가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3김씨의 오기싸움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더 이상 사태가 회복불능의 지경에 이르기전에 정치권은 한시 바삐 토론의 장을 펼치기 바란다. 거기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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