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안내로 소란없이 차분하게 하차/5호선 전기장치고장 최악의 운행중단/집기파손·난동 걱정하던 역무원도 안도공포의 암흑터널 속에서도 시민정신은 환하게 빛났다. 10일 상오 8시15분께 지하철 5호선 마곡―발산역 사이 터널구간. 5063호전동차에 타고 있던 승객 3백여명은 「덜컹」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안한 듯 웅성거림이 계속됐지만 승객들은 1시간50여분 동안 칠흑같은 어둠 속에 갇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같은 시간, 5057호(기관사 이명구·29), 5061호(기관사 김진오·30) 전동차도 승강장이 아닌 영하의 차가운 터널 속에 멈춰섰다. 승객은 모두 1천여명.
20여분쯤 지났을까. 5063호 운전실에 『사고수습에 시간이 많이 걸릴지 모르니 승객들을 안심시키라』는 무전지시가 떨어졌다. 기관사 정우진(29)씨는 잠시 망설이다 모든 사실을 승객에게 알리고 양해를 구했다. 출근이 급한 일부 승객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외마디고함도 이어졌다. 그러나 얼마뒤 승객들은 사고상황을 받아들이며 차분하게 전동차 재운행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의외였다.
상오 10시5분께. 5063호 전동차는 엉금엉금 1백여m를 전진, 발산역 승강장 20여m 앞까지 전진했다. 정씨는 사령실 지시에 따라 운전실 오른쪽 폭 50㎝, 높이 2백10㎝의 출입문을 열었다. 철로에는 발산역 박영복 주임 등 직원 2명이 손전등으로 어둠을 열었다. 출입문에 비상계단이 설치되자 승객 3백여명은 『죄송합니다』 『조심하세요』라는 직원들의 사과 속에 1명씩 5계단을 내려와 철로를 따라 발산역 승강장으로 향했다.
이때쯤 화곡역 승강장으로 조금씩 이동한 5057호 전동차, 우장산역으로 들어온 5061호 전동차에서도 승객 7백여명이 소란없이 하차했다. 일부 승객들은 항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안내방송을 좀 더 자주, 그리고 자세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표를 환불받아 버스 택시 등을 타기 위해 총총히 역을 빠져나갔다. 이종태(43) 우장산역장은 『승객들이 집단으로 거칠게 항의하고 역사무실 집기를 파손할까 걱정했다』며 『전동차내는 물론 하차 뒤에도 큰 소란이 없어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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