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김포공항에서 「인상적」인 젊은 남녀를 만났다. 신혼여행을 떠나려는 이 커플이 똑같은 옷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프린트된 외국 유명디자이너의 이름이 눈에 띄다 못해, 가슴팍을 하나 가득 채워 쳐다보기 조차 무안할 지경이었다.모직 코트나 재킷의 소매끝에 「100% WOOL」 「HAND MADE」의 글자가 씌여진 헝겊을 그대로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목뒤나 안 주머니에 달린 상표보다 크기가 조금 더 큰 이 헝겊은 순모임을 확실히 표시하거나 고급 제품임을 강조하기 위해 기성복업체들이 붙인것이다. 옷을 산 뒤 쉽게 떼내도록 살짝 꿰매놓는 것이 보통이다. 떼 내야 하는 것을 모르고 그대로 다니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나 고급임을 나타내주는 표시로 자랑겸 장식삼아 붙이고 다니기도 한다.
유명브랜드의 모직 머플러나 실크 스카프를 두를 때 의도적으로 상표가 드러나게 두른 사람들도 있다. 조그만 물건이지만 비싸고 좋은 것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소박한 허영심이 차라리 애교스럽다.
수입자유화 이후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외국 유명브랜드들이 시중에 많이 돌아다닌다. 보세가게에서도 아르마니, 베르사체 같은 최고급 상표를 웬만한 국산브랜드 보다 싼 값에 파는 곳이 많다. 모양이 괜찮고 값도 싸며 유명브랜드의 상표를 달았으니 진짜인지 가짜인지 별 상관할 게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등교길의 중고등 학생들을 보노라면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등에 멘 가방 모양이 비슷하다. 브랜드도 2∼3가지로 같다. 부모가 사다주었을 이 가방들은 한동안 빨강 노랑의 원색이 요란한 이탈리아 브랜드 베네통과 필라 일색이더니, 언젠가부터는 미국브랜드 이스트팩이나 잔스포트의 검정이나 진청색으로 바뀌었다. 청소년들이 비싼 유명브랜드만 찾는다고 근엄하게 걱정하는 어른들도 많지만, 학생들 탓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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