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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입 이후/방민준 경제과학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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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입 이후/방민준 경제과학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7.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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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OECD회원국들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가입이전에는 달래고 권유하는 투였으나 가입후에는 노골적, 직설적이고 강경해졌다. 우리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던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핸디캡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역력하다.『최근 몇달사이에 독일 소비재의 수출이 한국의 소비절약운동으로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국의 소비자보호단체 언론 정부 국회의원들이 외국물품 구입을 한국경제에 해로운 것으로 선전하였습니다. 이 운동 결과 많은 한국사람은 외제상품 구입을 삼가고 있습니다. 외제승용차 판매는 직접 타격을 받고 있으며 특히 독일상표가 타격을 입어 몇달 안되는 사이 판매가 50%나 줄었습니다』

주한 독일대사가 지난해 12월 중순 각 언론사에 보낸 서한의 내용이다. 서한은 이어 『소비재수입 반대운동으로 조성되는 분위기는 자유롭고 공정한 세계교역정신이나 한국의 경제이해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나라들이 자국시장을 한국에 개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한국이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겠습니까』라며 수입을 규제하면 한국경제는 손해를 자초하게 된다고 경고까지 했다.

서울에 주둔하는 외국대사가 이런 서한을 언론사에 보낸다는 것은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OECD가입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의 노동법 개정후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사태와 관련한 OECD나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목소리는 더욱 격하다. OECD 노동위원회자문기구인 노동자문위원회 존 에반스 사무총장은 최근 김영삼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개정된 노동법이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시간제 등을 통해 노조측에 크게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서명에 거부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국제자유노련과 OECD노동자문위원회가 공동구성한 특별조사단을 이끌고 11일 내한할 예정이다.

OECD 교육·노동·사회문제위원회는 노동법개정을 둘러싼 한국의 노동시장 상황을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22일 파리에서 열기로 했다고 전경련에 알려왔다. ILO사무국도 9일 미셀 한슨 사무총장 명의로 김대통령 앞으로 긴급서한을 보내 『근로자의 정당한 결사의 자유를 막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각국의 시장접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한국이 자동차 가스터빈 등 여러 분야에서 장벽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지적하면서 일본과 미국의 한국시장점유율은 각각 24.6%, 28.9%인데 반해 EU는 13.0%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시장 및 투자 개방을 촉구했다.

이제 모든 국민이 우리나라가 OECD의 29번째 회원국이 되었다고 즐거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장밋빛 OECD」의 환상은 깨어졌다.

OECD가입은 바로 우리가 지구촌의 강자들이 활개치는 격투장에 나선 것의 다름아니다. 힘이 없으면 상대앞에 무릎꿇어야 한다. 간섭을 뿌리칠 수도 없다.

OECD회원국들의 다양한 요구들도 바로 격투장의 으름장이다. 이 으름장에 맞대응할 힘을 키우지 않는한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들의 만만한 「밥」이 되고 만다. OECD가입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같은 으름장에 분노할게 아니라 선진국들이 어떻게 해서 힘을 키웠는지 두눈 부릅뜨고 배우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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