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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페미니즘 연극/손숙 ‘담배 피우는 여자’(연극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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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페미니즘 연극/손숙 ‘담배 피우는 여자’(연극 리뷰)

입력
1997.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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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담배를 피워 물때 탈출이 시작된다중견배우 손 숙씨가 서울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서 지난해 10월1일 이후 매일같이 피워올리는 담배 연기는 주부가 일상을 탈출하는 신호이다. 남편과 아이가 직장과 학교로 가면 설거지를 끝낸 뒤 그는 담배를 문다. 담배를 피워물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손 숙씨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관객은 그녀와 대화를 하듯 빨려들어간다. 막이 내리면 객석의 일부 주부들은 흐느낀다. 그 흐느낌은 억압하는 남성을 향한 분노나, 여성의 자아확립을 위한 자각보다는 일상에서 위안을 찾아헤매는 주인공과의 교감이다. 김형경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인극 「담배 피우는 여자」(극단 산울림)는 이웃집 여자에 대한 회고이다. 담배 때문에 남편에게서 폭력을 당하고 끝내 「나」의 눈 앞에서 추락사한 비극이다. 『병력이 있는 아내가 담배 때문에 건강이 나빠질까봐 그랬다(때렸다)』는 그 남편의 고백은 「남성의 억압」보다는 「어긋난 사랑」을 말한다.

그리고 나서 시선을 집중시켜야 하는 것은 이웃집 담배 피우는 여자보다는 남아있는 담배 피우는 여자이다. 이웃집 여자가 죽고 난 후 담배를 배운 「나」에게 남편은 『당신, 언제부터 담배 피웠어?』라는 한마디를 던질 뿐이다. 저녁마다 늦고, 잠자리에선 등 돌리고 자는 남편은 무관심한 만큼 관대하다. 이웃집 여자는 이해심 없는 남편과 담배를 모두 사랑하다가 영영 다른 세상으로 탈출했으나 남아있는 「나」는 남편도 담배도 별로 사랑하지 않는 상태로 일상 속에 갇혀 있다. 이 연극은 10여년 전 산울림에서 첫선을 보인 페미니즘연극 「위기의 여자」에서 처럼 여성이 스스로 설 것을 명확히 요구하지는 않는다. 연출가 임영웅씨는 『지금까지 산울림에서 선보였던 페미니즘 작품들이 똑똑하거나 예쁘거나 잘난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다면 이 작품은 그저 평범한 주부를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객석의 주부들은 무대의 여인이 혼자 서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연극이 끝나면 주부관객들은 기대고 싶은 사소한 무엇인가를 찾아 극장 밖으로 나서고 있다. 3월2일까지 앙코르공연. 화·금 하오 3시 7시30분, 수목 하오 7시30분, 토 하오 3·6시, 일 하오 3시. (02)334―5915<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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