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증자억제 위배” 반발… 정부태도 관심/박의송씨측 의결권금지 가처분신청한화종합금융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7일 400억원규모의 전환사채(CB)를 전격 발행한 것과 관련, 그동안 정부정책에 따라 증자를 억제해온 여타 금융기관들이 『형평에 어긋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화종금이 발행한 사모 CB는 발행 즉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돼있어 자금조달을 위한 CB발행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증권시장 물량정책에도 전면 위배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화종금의 CB발행은 자본금이 늘어나는 증자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정부의 금융기관 증자억제 정책을 뿌리째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융기관중 CB를 발행한 것은 한화종금이 처음으로, 앞으로 다른 종금사나 은행 등이 같은 방식으로 증자할 경우 정부는 이를 규제할 명분을 잃게 돼 여타 금융기관 및 증권시장에도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한화종금은 이번에 발행한 CB가 공모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발행 즉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가뜩이나 공급물량 과다로 침체된 증권시장에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현행법상 공모 CB의 경우는 증시 수급안정을 위해 발행후 6개월이 지나야만 주식 전환청구가 가능하도록 돼있다. 지난 7일 한화종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57억4,000만원규모의 사모 CB를 발행키로 결의한 경기화학공업도 주식전환 청구기간을 공모 CB와 같이 발행후 6개월이상으로 결정했다.
재경원 금융정책실 김경호 증권업무담당관은 『한화종금의 CB발행은 법적 하자는 없으나 CB남발을 막는 증권거래법이나 소수주주 이익을 보호하려는 상법상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경영권분쟁에 휘말린 기업에 한화종금식의 사모CB발행이 허용될 경우 기업인수합병(M&A)제도가 사실상 무력화하고 말 것』이라며 『외국의 경우 이같은 증자는 소액주주보호 및 시장질서유지 차원에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종금의 일반주주인 박의송 우풍상호신용금고 회장측은 9일 서울지방법원에 한화종금을 대상으로 전환주식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한화종금은 다음달 13일 임시주총을 가질 예정이어서 법원판결에 따라 경영권의 향배가 정해지게 됐다. 한화종금 전환주식의 지분이 18%에 달해 이의 의결권행사가 인정될 경우 한화그룹은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박회장측이 유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박회장측은 한화종금이 CB를 인수한 3개법인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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