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이 경수로원전건설과 관련. 서비스 및 부지인수 등 2개 의정서에 조인함으로써 잠수함사건으로 중단됐던 경수로사업추진의 틀이 마련됐다. 북한으로서는 바라던 원전건설의 추진이지만 사실 우리국민들의 심경은 개운치가 않다. 지금처럼 경기침체기에 거액을 지출하는 문제도 그렇고 경수로추진재개로 북한이 남북관계개선에 성의를 보인다는 뚜렷한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이번 2개 의정서는 경수로건설에 있어 한전이 토지사용에 관해 배타적 권리를 갖게 하는 등 이른바 「한국측 주도」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기술자들의 파견활동과 북한노무자들의 운용관리 등에 있어 북한이 합의규정을 무시하고 어떤 제약 등을 가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3년거치기간을 포함하여 20년간 무이자로 건설비용을 상환하게 돼있지만 사실상 공짜로 원전 2기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건설비용만 해도 그렇다. 당초 40억달러선으로 추정했으나 엄청나게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 7월 KEDO의 의뢰로 한전이 조사, 답신한 예상내역서를 보면 원전 2기 외에 인근의 항만과 도로건설, 핵연료관리, 그리고 완공후 가동때의 안정성심사와 각종 부수관리비 등을 포함하여 60여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중 우리는 70%인 40억달러 이상을 부담하게 된다.
물론 우리로서는 엄청난 부담이기는 하나 2,000여명의 기술·관계자들이 파견되고 연락사무소를 운영하며 북한노무자들을 지휘하고 나아가 상당부문 우리의 기술과 자재로 분단후 처음으로 북한에서 기념비적인 대역사를 벌인다는 의의와 보람을 가질 수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대남자세다. 제네바핵합의서에는 당연히 남북대화를 재개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대화를 기피하는 것은 물론 잠수함침투 등 무력도발을 자행했던 것이다.
저들은 이달말께의 4자회담 설명회도 형식적으로 응한채 오직 북·미준고위급회담 등 대미접근에 더 열을 올릴 여지가 많다. 우리로서도 북의 대화기피를 언제까지 묵과해서는 안된다. 2개 의정서의 조인으로 중단됐던 7차부지조사단과 KEDO실무조사단파견, 관련장비운반과 현장사무소개설 등이 뒤따르겠지만 이같은 일련의 사업은 북한의 자세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앞으로 10년동안 계속될 건설의 대장정은 말할 것도 없고 올봄에 있을 착공의 시기도 북한측의 대남자세, 특히 잠수함사과성명에서 밝힌 한반도평화약속의 이행자세와 불가피하게 연계될 것임을 북한은 알아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경수로사업의 순항여부는 전적으로 남측에 대한 적대의 포기와 대화재개등 관계개선노력에 달려 있다. 경수로가 결코 핵협박에 의해 공짜로 얻은 것이 아니라 평화노력의 대가임을 북한이 알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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