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빠지면 안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탤런트, 가수, PD, 작가?아니다. 바로 MC(Master of Ceremonies)다.
그것은 방송사 최대의 비상사태인 파업의 순간에 잘 드러난다. 방송파행의 현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MC의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노조와 회사는 언제나 힘겨루기를 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MC는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면서 동시에 방송을 이끌어가는 숨은 주역이다.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정보와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메신저이자, 출연자와 시청자를 이어주는 가교와 같은 존재이다.
탤런트, 가수 등이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고 PD나 작가가 비록 각본을 만드는 사람이라도 드러나지 않는 반면, MC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출연자라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MC의 성공은 곧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유능한 MC는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안겨주고, 인기를 몰고 온다. 특히 최근 토크쇼의 증가와 MC가 필요한 각종 장르파괴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MC는 더욱 중요한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풍요 속의 빈곤처럼 정작 「쓸만한」 MC는 많지 않다. 우선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할 정확한 언어 구사조차 안되는 MC도 많다.
지난해말 방송위의 한 조사는 일부 진행자들이 어법에 맞지 않는 말투와 부정확한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SBS 「생방송 TV가요」를 진행하는 신세대스타 김희선은 앞 뒤 연결도 안되는 말을 마구 늘어놓고, KBS2 「토요일 전원출발」의 MC 이재룡은 『다음 코너엔 두사람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했다.
더 큰 문제는 「이야기꾼」이어야 할 MC가 「말솜씨」가 없다는 점. 순간적인 재치나 임기응변은 있을지 몰라도, 다양한 주제의 화제를 깊이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MC는 보기 드문 형편이다.
특히 오락프로그램과 토크쇼를 진행하는 연예인 출신의 MC들이 더욱 그렇다. 연예인이 출연하면 분위기를 휘어잡다가 다른 분야의 사람이 출연하면 들러리로 전락한다. 심지어 사회명사가 나오면 출연자의 위상을 높여주고 개인적 홍보에 지나지 않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사람을 키우지 않은 방송의 잘못도 크다. 순간순간 인기있는 진행자를 끌어들이고 조금이라도 인기만 없으면 갈아치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사람을 키우지 않았다. 얼굴과 몸매가 주요 발탁요인인 여성진행자가 아직도 마네킹으로 머무르고 있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폐해.
요란한 치장이나 큰 목소리가 없어도, 맛깔스러운 말솜씨로 사람 사는 이야기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감동과 교훈을 던져주는 이야기꾼을 시청자들은 그리워 한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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