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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은행지배 불허」 지켜져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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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은행지배 불허」 지켜져야(사설)

입력
1997.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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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벌그룹의 시중은행 지배금지를 계속 끌고갈 것인가 아니면 철회할 것인가. 청와대의 금융 대개편 계획이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통해 공지되자마자 급격히 부상되고 있는 주요 현안 과제중의 하나다.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재정경제원 등 관계부처에서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을 견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재벌그룹의 은행지배를 계속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 대개편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곧 발족되는 금융개혁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관심의 초점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금융개혁위(25인내지 30명)가 기업인·학자·연구소간부 등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다고 돼있어 재경원 등 관료측의 입장이 그대로 수용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금융개혁위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나라 경제를 위해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최선인가를 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벌그룹의 이익이 나라(국민)의 이익과 일치한다면 번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재벌그룹의 은행지배문제는 반드시 그런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재벌그룹의 이익과 나라의 이익이 상충될 우려가 더 큰 것이다. 국민의 다수는 이러한 견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입장도 같다. 재벌그룹의 시중은행 지배는 허용돼서는 안된다.

늘 해온 주장이지만 재벌그룹이 은행을 사금고화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50년대와 60년대초 은행민영화시기에 그들의 은행사금고화 횡포와 폐해는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약 반세기 사이에 우리 경제·재벌그룹·은행 등에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났지만 재벌그룹의 형태는 본질적인 변화가 없는 것이다. 불투명 경영과 타인자본 의존형 경영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나라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같이 생성, 팽창돼 온 것이지만 문어발경영은 자제를 모른다.

우리나라 재벌그룹들의 경제력 집중은 정부의 억제노력과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하고 있다. 재벌그룹들은 사실 금융업에도 깊숙히 참여하고 있다. 보험·증권·단자·종합금융·리스 등 제2금융권을 석권하고 있다. 시중은행만이 「성역」으로 남아 있다. 은행도 법이 허용하는 한도(4%)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한도가 철폐되면 재벌그룹 사이에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판이다.

시중은행마저 재벌그룹에 의해 지배되면 그들의 경제력 집중은 절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나라는 명실공히 「재벌공화국」이 되기 쉽다. 여하튼 은행과 금융의 건전발전을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은 지켜야 한다. 재벌그룹들은 금융의 대외경쟁력 강화에서 은행지배의 합리화를 모색하고자 하나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전업금융자본의 육성이나 현행 전문경영인 체제의 경영혁신을 통해서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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