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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모(97년을 뛰는 감독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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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모(97년을 뛰는 감독들:2)

입력
1997.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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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들기 나선 충무로 고집쟁이/미 UCLA대학원서 공부/94년 ‘백두대간’ 설립후 예술영화만 배급/전쟁이 남긴 상처 그린 ‘우리가 살아가는…’/5월 크랭크인36세의 이광모 감독은 「예술영화만을 배급하는 젊은 고집쟁이」로 알려져 있다. 94년 8월 영화사 「백두대간」을 설립하면서 그는 모험을 걸었다. 유럽의 창고에 묻혀있는 옛 예술영화들만 골라 동숭씨네마텍에 걸었다.

그러나 그가 단순히 수입, 배급업자로 머물지 않으리란 사실은 자명했다. 그에게는 95년 6월 제7회 하틀리 메릴 국제 시나리오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이 있기 때문이다. 2년동안 외화배급을 통해 영화제작비를 모으려던 생각은 예술영화상영의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한 현재로서는 「꿈」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그는 대기업(SKC)의 도움을 받았다. 촬영은 5월부터. 『미국 UCLA 대학원에서 영화공부를 한 진지한 이광모가 만들면 다를 것』이란 기대에 그는 두가지 제작 원칙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시간과 섬세함이다.

『나의 첫 영화는 새롭거나 실험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기존의 한국영화가 무시한 제작단계를 충실히 밟아가겠다. 예를 들면 배우들이 리허설을 충분히 가진 후 촬영을 시작하는 것 등이다』 시간에 쫓겨 캐릭터를 체화하지 못하고 자신의 연기타입에 의존하는 배우는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만 이루어진다면 신인이라도 삶의 느낌이 묻어나는 연기가 나온다고 믿는다.

이같은 조건이면 영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은 구성상 섬세한 삶의 편린들을 잡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전쟁이 배경인 이 영화는 분단과 전쟁이 우리에게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대를 이어가는, 치유되지 않은 비극이라고 말한다. 그 비극은 피난지 부산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최씨 일가가 다시 고향을 등지게 만들고, 송씨 가족에게 상처를 남긴다.

큰딸 영숙을 양공주로 만든 대가로 미군부대에 취직하고 포주노릇까지 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최씨, 포로수용소에 갇힌 남편 송씨를 기다리며 몸을 팔아 사는 여주댁, 미군에게 적대적인 교사 경옥 등이 얽히면서 역사적 비극성은 절로 드러난다. 최씨의 막내 아들이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동네의 비밀스런 장면들은 전쟁속에 사는 인간들의 아픔이자 비극의 근원이다.

이광모 감독 자신도 할머니와 삼촌이 북에 살고 있는 분단가족이어서 할 말이 많다. 그러나 말로 많은 얘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섬세함을 잃는 잘못은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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