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리더십과 비전에 관한 것이다. 자기 당(보수당)을 이끌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할 수 있는가?』토니 블레어(43) 영국 노동당 당수가 8일 총선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다우닝가 10번지(총리관저) 진출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자신감에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부터 노동당의 인기가 존 메이저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을 훨씬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도 노동당이 17%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5월22일까지 실시하도록 돼 있는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동시에 노동당을 수권능력을 갖춘 정당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 블레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다.
블레어의 강점은 젊고 신선한 이미지다. 스코틀랜드 중산층 집안 출신으로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달변가에 변호사로 활동했다. 30세에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변호사인 부인 체리 여사와 사이에 세 자녀를 두고 있으며 가족의 가치를 유난히 강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블레어는 94년 7월 최연소 당수로 선출된 이후 노동당을 현대적인 중도정당으로 일신시켜 중산층의 지지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노조의 당내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생산수단의 공유라는 고유의 강령을 폐기했다. 그래서 『(기업가와 금융가에게) 뻔뻔스럽게 빌붙었다』는 비난도 받았다.
지난해 7월 발표한 「영국, 신노동 신생활」이라는 총선공약은 블레어식 노동당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공약은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제1의 정책과제로 삼는 한편 청소년 범죄와 실업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공공지출 및 차입을 엄격히 규제, 인플레를 최소화하면서 이자율은 가능한 한 떨어뜨려 경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이러한 공약을 세금 한푼 올리지 않고 실천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노동당원 같지 않은 노동당수 블레어가 18년 보수당 장기집권에 싫증난 영국인들에게 어떤 미래를 그려보일 지 궁금하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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