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해를 맞은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항은 역시 건강문제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비방이나 묘약보다는 절제있는 생활이 최고의 건강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나친 흡연과 음주를 자제하고 균형있는 식생활,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화하면 「건강 365일」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새해 건강설계에 도움이 되도록 2회에 걸쳐 전문가의 조언을 싣는다. 내과질환 관리 및 암예방 요령에 이어 다음주에는 금연 절주 운동 체중조절등 생활건강을 다룰 예정이다.<편집자 주> ◎소화기 질환/위장병 세균제거해 고친다/위속 파이로리균이 원인… 10일정도 투약하면 거의 완치 편집자>
새해가 되면 누구나 건강을 위해서 무엇인가 해보겠다고 다짐한다. 어떤 사람은 담배를 끊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겠다고 다짐한다. 주당이라면 술을 줄이겠다고 작심할 것이다.
대표적인 소화기계 질환은 위장병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위장병으로 고생해온 사람들에게 새해에는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라는 균을 없애는 치료를 권하고 싶다.
83년부터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파이로리균은 위염 뿐아니라 십이지장궤양이나 위궤양의 직접적 원인이며 위암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균은 섬모가 있어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또 강한 위산 때문에 일반세균이 자랄 수 없는 위점막 표면에 교묘히 기생한다.
파이로리균은 전세계 성인의 절반가량이 감염돼 있으며, 불행히도 우리나라 성인의 70∼80%는 이미 어릴 때부터 감염되어 있다. 물론 이 균에 감염돼 만성염증이 생겨도 모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십이지장궤양과 위궤양을 일으키고 오래되면 위암 위림프종 등 생명을 위협하는 병도 유발한다. 특히 십이지장궤양 환자는 위산과다가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지만 환자의 거의 100%가 파이로리균에 감염돼 있고, 이 균을 제거하면 궤양이 완치될 뿐아니라 재발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오랫동안 속쓰림, 소화불량, 명치끝 통증 등 만성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중 상당수는 파이로리균이 원인이며, 이 균을 박멸하는 치료를 하면 소화불량이 없어지거나 호전된다.
파이로리균 감염을 확진하려면 위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위의 각종 질병을 확인할 수 있을 뿐아니라 조직검사를 통해 감염여부를 알 수 있다. 최근 파이로리균을 박멸하는 약이 개발돼 값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3가지 약을 복합해 10일정도 투약하면 치료되고, 95%이상은 1년이 지나도 거의 재발하지 않는다. 만성 위장병 환자들은 새해 새 기분으로 파이로리균 박멸치료를 한 번 시도해보기 바란다.<민영일 울산대 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내과 과장>민영일>
◎암예방 요령/식생활부터 개선하자/맵고 짠것 대신 우유·채소 많이 섭취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사람에게 발생하는 암의 약 75%는 식생활 환경위생 등과 관련이 있다. 이는 식생활과 환경위생을 개선, 암발생과 관련된 요인들을 피하면 약 75%의 암은 예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암예방을 위해 올 해에는 식생활을 개선해 보자. 우선 음식은 남기지 않게 필요한 양만 조리해 먹고, 냉장고와 냉동고에 보관해 발암물질의 발생을 예방한다. 지나치게 짜고 매운 음식은 만성위축성 위염을 일으켜 위암의 위험성을 높이므로 피해야 한다. 대신 신선한 우유를 많이 먹어 위를 보호한다. 동물성 지방질과 육류의 과다 섭취는 대장암 유방암의 발생률을 높이므로 하루 권장량만 먹고 신선한 생선과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한다. 검게 탄 고기나 생선은 발암물질을 생성하므로 조리에 주의한다. 방부제 향료 색소 등이 포함된 가공식품은 발암물질을 생성하므로 자제한다. 비타민C 섬유질 베타카로틴 등 암발생 억제물질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다.
간암의 원인인 B형 및 C형 간염을 예방한다. 지나친 흡연과 공기의 중금속 오염은 암발생의 원인이므로 개선방안을 강구한다. 생식기 및 몸을 위생적으로 관리해 자궁암 생식기암 발생을 예방한다. 과음과 잦은 음주는 피한다. 적당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 신체의 각 부분과 장의 운동을 원활히 한다. 태양광선은 피부암을 유발하므로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지 않도록 항상 감사하고 즐겁게 생활한다.
암은 조기 발견해 근치적 수술을 할 경우 90∼100% 완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암은 조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으므로 40대이후 중년기부터는 흉부X레이, 위·대장 내시경, 유방촬영 및 초음파, 복부초음파, 혈액 및 대·소변검사 등을 매년 실시해야 한다. 또 다음의 증상이 있으면 암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를 찾아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
①대·소변 보기가 과거보다 어렵거나 용변후에도 시원한 감을 못 느끼고 피가 섞여 나온다 ②피부에 생긴 상처나 궤양이 오랫동안 치유되지 않는다 ③특별한 원인없이 출혈이나 이상한 분비물이 계속 나온다 ④유방이나 몸에서 몽우리(혹)가 만져진다 ⑤특별한 이유없이 소화가 안 되고 음식을 삼키기 곤란한 현상이 4주이상 계속된다 ⑥사마귀나 검은 점이 갑자기 커지거나 색이 짙어지고 피같은 분비물이 나온다 ⑦목소리가 변하거나 잔기침이 계속된다.<민진식 세브란스병원 암센터원장·객원편집위원>민진식>
◎호흡기 질환/흡연자 기침·각혈땐 폐암여부 검사 필요
대기오염 등의 영향으로 호흡기질환이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새해에는 호흡기질환의 특성과 대처요령을 정확히 알아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하자.
호흡기는 외부환경과의 접촉면적이 가장 넓은 인체장기이다. 기도를 포함한 폐포(허파꽈리)의 면적은 100㎡에 이른다. 호흡을 위한 환기량이 분당 7.5ℓ정도라면 폐는 하루 1만ℓ의 공기와 만나는 셈이다. 대기오염이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미량의 산화물이나 중금속도 문제지만 담배연기는 이 보다 수십배 농도의 산화물을 포함한 위험물질이다. 폐기능은 20세를 전후해 떨어지기 시작한다. 폐활량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운동이나 단련으로 증가시킬 수 없다. 대개 중년이후 폐기능이 저하되며, 흡연자중 일부는 급격히 폐활량이 감소한다. 폐기능이 완전 성숙하기 전에 흡연을 시작하면 더욱 해롭다. 흡연은 자신은 물론 배우자나 자녀의 호흡기에 해를 주고, 자녀에게 흡연습관을 길러 주게 된다.
대기오염이 심한 작업장의 환경개선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은 폐기능에 여유가 있으므로 운동을 통해 폐의 말초부위까지 충분히 환기시키고 기도를 청소할 필요가 있다.
호흡기감염중 가장 흔한 감기는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안정과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증상이 1주이상 진행되거나 기침이 계속 악화하면 합병증이나 폐렴 폐결핵 폐암 등을 의심해야 한다. 각혈이나 혈담이 발생하면 확실한 적신호이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고, 일단 이상이 없더라도 같은 증상이 재발하면 진찰을 받아야 한다. 특히 흡연자에게 기침 각혈이 반복되면 폐암여부에 대한 진찰이 필요하다.
평소 호흡기질환으로 폐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은 감기 등 급성염증시 증상이 악화해 심한 호흡곤란 등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런 환자는 증상 악화에 대비해 담당의사와의 연락방법, 응급처치약과 처치법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만성 호흡기질환자는 증상의 악화가 아니더라도 정기적인 진찰과 검사가 필요하며, 환자는 물론 가족도 질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유세화 고려대 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유세화>
◎순환기 질환/동맥경화 예방 담배끊고 운동하라/콜레스테롤 많은 음식 피해야
순환기질환은 심장이나 혈관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유전이나 부모의 약물복용이 원인인 선천성 심장병, 연쇄상구균이 주로 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류머티스 심장병, 동맥벽에 지방질이 쌓여 좁아지거나 막히는 동맥경화성 심장병으로 나뉜다.
특히 동맥경화는 협심증 심근경색증 돌연심장사 등 심장질환과 뇌졸중(중풍) 신부전증 말초동맥폐쇄 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성인병이다. 성인의 순환기질환은 동맥경화로 봐도 무방하다. 올 해는 동맥경화 예방을 위해 다음의 생활계획을 실천해 보자.
①담배를 끊는다. 흡연은 암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흡연을 중단하면 동맥경화증 발생위험이 2년내에 비흡연자와 비슷해진다. 이미 심장혈관에 동맥경화가 있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는 심근경색의 재발이나 돌연심장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금연이 필수적이다.
②동물성 지방이 많은 음식을 절제한다. 혈액내 지방질 중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동맥경화증이 잘 발생한다. 콜레스테롤은 동물성 지방, 특히 달걀노른자 간 곱창 오징어 새우 굴 등에 많다. 혈중지방질을 측정한 후 그 수치에 따라 음식만 조절할 것인지 약물치료를 병행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③규칙적으로 운동한다. 평소 운동을 안하던 사람은 의사와 상의해 운동량을 결정하고 필요하면 운동 부하검사를 해야 한다. 운동은 1회에 30∼60분간, 주 3∼4회 실시하는 게 효과적이며, 걷기 천천히달리기 수영 자전거타기 등이 바람직하다. 일상생활에서도 가능하면 차를 타지 말고 걷거나 계단오르기를 자주 하고 정원일이나 집안일을 돕는 게 좋다.
④표준체중을 유지한다. 체중을 조절하려면 섭취하는 칼로리 양을 제한하고, 신선한 야채의 섭취를 늘리며,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비만증은 동맥경화의 발생을 높이므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는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⑤스트레스를 푼다. 복잡한 현대생활을 하다 보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면 동맥경화의 발생을 촉진한다. 스트레스는 술이나 담배보다는 적절한 운동이나 문화생활, 충분한 수면으로 해소해야 한다. 야심이 많고 경쟁적이며 불안 걱정이 많은 사람보다는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낙천적인 사람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므로 성격이나 생활방식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최윤식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과장>최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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