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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의 현주소/방만경영이 고금리 초래(금융 대개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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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의 현주소/방만경영이 고금리 초래(금융 대개혁:상)

입력
1997.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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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숫자보다 많은 은행점포” 기현상/비용은 결국 기업·가계부담으로 전가정부 제2종합청사가 있는 경기 과천시는 인구 7만명의 조그마한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13개의 은행점포가 밀집해 있다. 은행들이 정부로비를 위해, 구체적으로는 재정경제원 로비를 위해 전략적으로 점포를 설치한 탓이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국내은행에는 영업개념이 거의 없다. 마이클 S 브라운 주한 미 상공회의소 회장(시카고은행 서울지점장)은 한국의 금융현실에 대해 『은행도 기업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은행들은 기업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기업이 기업적이지 않으니 큰 문제지요. 은행 최고경영자들의 경영마인드는 대체적으로 약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은행점포가 다방수보다 많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과다하다. 최고경영자들이 임기동안의 인사적체해소를 위해, 또는 무리한 수신경쟁을 위해 무분별하게 점포를 늘린 까닭이다. 국내 30개 은행점포는 6천5백여개로 인구 국토면적 1인당 국민소득 등을 감안할 때 일본보다 2∼3배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따른 비용(인건비 점포임대료 등)은 모두 기업 가계 등 금융수요자에게 전가된다. 금융권은 금리에 이같은 비용을 얹어 자금을 대출한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싼 자금을 빌려올 수도 있으나 정부당국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높은 금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고금리의 구조다.

특히 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경영내용이 아무리 부실하더라도 부도처리는 않는 불문율을 지키고 있다. 부도처리될 금융기관이 부도처리되지 않는데 따른 엄청난 비용(부실비용)이 모두 실물경제에 떠넘겨진다. 은행들은 이같은 정부의 불문율을 방패삼아 방만경영을 일삼는다.

나웅배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기회있을 때마다 『금융기관수가 너무 많고 종류도 너무 복잡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수는 무려 6천9백여개에 달한다. 종합금융이 30개사인 것을 비롯, 리스 25개사, 할부금융 31개사, 신용카드 8개사에 신용협동조합은 1천6백77개, 새마을금고 2천9백29개, 단위 농·수·축협이 1천6백84개에 이른다. 15개의 시중은행중 세계 1백대은행에 드는 곳은 하나도 없고, 적자에 허덕이는 금융기관은 부지기수이다. 나 전부총리는 금융산업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개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질병을 감싸고 있는 껍질이 너무 두껍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서비스가 기업위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한국판 빅뱅」을 선언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금융기관이 생긴 이래 수십년간 유지되어 온 「고금리 구조」를 우주가 대폭발하면서 새로운 우주가 생성된 것처럼 폭파시켜 버리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금융상 애로는 첫째가 고금리이며, 둘째는 규제다. 따라서 금개위는 금리인하와 금융규제완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높은 금리 때문에 일본과 미국의 기업에 비해 각각 10배, 50배에 달하는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여신규제 등으로 대출이 마치 특혜로 간주되고, 자금조달방법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기업의 자금조달 형태는 크게 ▲대출 ▲주식발행 ▲어음할인 등인데 현재의 칸막이식 금융구조에서는 주식발행은 증권회사를, 대출이나 어음할인은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 비효율적이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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