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금융개혁,졸속 피해야 한다(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금융개혁,졸속 피해야 한다(사설)

입력
1997.01.09 00:00
0 0

우리 경제에서 가장 낙후된 부문을 꼽으란다면 서슴없이 금융산업을 지적할 수 있다. 30년 압축성장을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을 돌아볼 새가 없었던 금융산업은 수십년을 두고 누적해 온 온갖 부실과 비효율로 만신창이가 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봉착해 있다.금융산업에 일대 개혁적 수술이 불가피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절박한 이유를 제기할 수 있다. 그 첫째는 금융의 낙후와 비효율이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고 목을 조이는 멍에가 되고 있다는 내부적 사정 때문이다. 경쟁력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고금리와 자원배분의 왜곡은 그 해악이 극에 달해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더 이상의 경제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작용과 폐해가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두번째 이유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금융시장의 장벽을 모두 허물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외부적 사정 때문이다. 지금 상태로 본격적인 개방을 맞는다면 국내 금융산업은 존립의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적 상황을 맞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정부가 대통령 자문기구로 금융개혁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증권거래법 은행법을 개정하는 등 어느 정도 준비를 해 온 상황에서 이번에 대통령이 직접 금융개혁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은 그만큼 금융산업에 대한 개혁의지가 결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금까지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다단한데다가 정부가 확고한 원칙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초래할 이 거대한 개혁작업을 1년안에 완결지을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가 과도한 욕심을 부리기 보다 먼저 금융개혁의 몇가지 핵심 현안들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세운 다음 중장기 계획을 세워 순차적으로 빈틈없이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우선 첫째로 은행의 주인찾아 주기에 대해 분명한 태도 표명이 있어야 한다. 경영의 자율성 확보와 책임경영 체제확립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소유형태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 둘째로 업종간 벽허물기에 대해 원칙이 있어야 한다. 영역다툼과 이해관계의 충돌이 개혁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셋째, 누적된 부실채권의 정리와 경영의 비효율성 제거를 위해 준비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넷째, 대규모 인수 합병이 초래할 조직갈등과 인원정리 등 부작용에 대해 대비가 있어야 한다.

시간에 쫓겨 설익은 정책을 양산하는 것 보다 단 한가지라도 중요한 것부터 확실하게 결론을 낸 다음 일관성 있게 집행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해관계의 충돌과 불필요한 대립 갈등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여론 수렴과 협의 조정 과정을 거치는 것도 중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