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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고가정책 타당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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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고가정책 타당성 있나

입력
1997.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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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에너지가격정책을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고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필요한 재원확보를 위해 유류 전기 가스 등의 에너지가격을 연차적으로 대폭 올리는 에너지 고가정책을 펴기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중이다. 이같은 정부정책의 허와 실을 관련전문가들을 통해 진단해본다.<편집자 주> ◎찬성입장/이원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과소비 방지위해 적정수준 필요/저에너지 산업구조 촉진 효과도

우리나라의 에너지가격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고가정책은 낮은 에너지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올리자는 것이 아니며, 정책의 근간은 에너지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려는데 있다.

에너지가격은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95년가격이 85년에 비해 평균 50%이하수준에 불과하다. 그 결과 현시점의 전기요금은 원가보다 20% 낮은 수준이며 경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가격의 63%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낮은 에너지가격이 에너지과소비를 조장하고 에너지절약의 필요성도 저하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에너지고가정책은 불가피하다.

에너지 과잉소비는 에너지수입을 늘려 경상수지적자를 확대시키는 동시에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큰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8.8% 성장한데 비해 에너지소비량은 10.3%씩 늘어났고 전량 수입하는 석유의 소비량이 크게 증가해 우리 경제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경쟁력향상도 에너지가격을 인하하기보다는 적정수준을 유지할때 효과가 크다. 에너지가격이 적정수준을 유지해야만 생산단위당 에너지투입량을 최대한 감축하는 분위기와 제도적 장치를 이른 시일내에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비용증가를 우려해 에너지가격을 현행의 저가상태로 방치할 경우 국제유가상승 등 대외여건변화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데도 어려움이 커진다.

에너지가격을 올려도 생산원가상승, 가계부담증가 등의 부정적인 영향은 예상외로 적다. 석유화학 등 일부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5%미만이다. 또 소득수준향상으로 가계소득에서 에너지사용비용이 점하는 비중은 3%에 못미치고 승용차 등의 유류소비를 감안해도 6%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에너지가격을 올려도 실질가계소득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특히 에너지가격이 인상되더라도 관련제품이 모두 인상되지는 않는다. 정부는 에너지공급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국에 비해 가격수준이 낮은 제품, 또는 가격균형을 위해 인상에 필요한 제품에 한해 차별적으로 요금을 인상할 방침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경제의 견실한 성장기반구축을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에너지투입비중을 낮춰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가격을 외부비용을 반영하는 합리적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에너지고가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영세민에 대한 보호대책, 에너지사용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경제·사회기반 조성, 교통체계개선 등의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반대입장/신종원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교통개혁 외면한 징세 편의주의/소득감안땐 벌써 미·일 2배이상

정부는 지난해말 교통세를 대폭 올려 휘발유가격을 인상하면서 에너지소비억제와 사회간접자본투자재원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 정부는 이처럼 거창한 명분을 앞세워 승용차이용자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러나 과연 휘발유가격을 올린다고 승용차이용이 억제되고 에너지가 절약될 수 있을까. 승용차이용 억제는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어디서나 이용이 편리해져 이에 따른 시민들의 편익이 커질 때 가능하다.

구조적인 교통개혁은 외면한채 요금인상으로 에너지이용을 억제하고 교통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는 단수낮은 정책의 전형이다.

유류가격을 올린 주요이유인 투자재원확보도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민들은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목적세와 기금에 돈을 쏟아부어왔으나 그 재원의 사용처와 결과를 보고 들은 적이 거의 없다. 또 이를 알려야 할 책임을 느끼는 공무원도 찾기 어렵다. 교통세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올리면 시민들은 또 낼 것이고 돈은 모이게 된다는 식의 행정편의주의의 전형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가격이 그동안 너무 낮아 이를 현실화하겠다는 정부의 판단과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휘발유가격은 지난 1년간 36.7%나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의 평균치에 접근했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이 선진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와 있는지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결국 구매력과 소득수준은 감안하지 않고 에너지가격을 올려 국민들에게 미국과 일본보다 2배이상 비싼 휘발유를 쓰도록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정책의 일관성도 찾을 수 없다. 올해부터 시작된 유류가격자유화는 업체간 가격과 서비스경쟁을 촉진해 기업의 자생력과 소비자만족도를 높이자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년간 유가를 대폭 올려놓아 업체들이 가격과 서비스경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박탈했다. 오를대로 오른 가격으로 어떻게 소비자와 기업자신을 위한 실질경쟁을 할 수 있겠는가. 업체간 눈치보기, 가격담합 외에는 대안이 없게 됐다.

가격인상에 앞서 정부와 업체들의 자기성찰이 우선돼야 한다. 국내 정유업체들의 정제설비는 수요를 30%나 초과하는 공급과잉을 빚고 있다. 정부 통제와 독과점구조 때문에 업체들의 경쟁력갖추기에 실패했고, 전기 가스 등을 공급하는 공기업들의 생산성은 민간기업에 비해 크게 낮다. 이같은 공급사이드 실책의 일정부분이 가격인상으로 나타났다고 하면 지나칠까.

정부가 일방통행식으로 가격을 올릴 경우 세금을 좀 더 걷는 것 외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끝내 에너지가격을 올릴 작정이라면 그 세원에 대한 정확한 집행계획을 만들어 시민들의 양해부터 구해야 한다.

◎정부 3∼4년간 유류·전기·가스 대폭인상 방침/휘발유 가격은 이미 OECD회원국 평균수준 도달

지난해 12월 휘발유에 대한 교통세가 20% 인상된데 이어 올들어 유가자유화가 시행되면서 휘발유가격이 ℓ당 전국평균으로 830원에 육박하는 고유가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이에따라 휘발유가격은 정부가 목표로 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수준에 달하게 됐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3∼4년간 휘발유가격의 절반수준인 등유와 경유의 관련세금을 연차적으로 대폭 올려 소비자가격을 50%선에서 인상, 휘발유가격의 70%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전기료도 한국전력의 투자이윤율이 적정수준인 9∼10%에 크게 못미쳐 전력시설투자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큰 점을 감안, 99년까지 매년 9%수준에서 요금을 올리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내년초 10%선에서 인상하고 이후에도 매년 같은 비율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처럼 에너지가격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정부정책의 옳고 그름을 현시점에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찬반양론이 거세지고 있어 이정책이 시행되기 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찬성론자들은 에너지원의 상당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국내실정을 감안할 때 절약은 필수적이며, 에너지과소비를 줄이고 에너지사용을 선진국형으로 개선하려면 고가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전기 가스 등은 원가에도 못미치고 있기 때문에 원가보상과 투자재원확보를 위해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공급측면의 효율증대와 에너지절약을 위한 제도적개선책은 마련하지 않고 요금을 올리는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겨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반대론자들은 요금인상에 따라 소비자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산업경쟁력 약화도 크게 우려된다고 소리높이고 있다.

에너지고가정책은 에너지가격은 물론 가계지출과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돼 정책시행에 앞서 밀도있는 여론수렴과 검토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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