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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70조 부담 물류비에 치인다(한국경제 활로를 뚫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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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70조 부담 물류비에 치인다(한국경제 활로를 뚫자:4)

입력
1997.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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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인천간 운반비가 피츠버그­광양보다 비싸/SOC 절대부족이 문제… 대대적 확충만이 살 길빈약한 사회간접자본(SOC)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총물류비 부담은 90년 26조원에서 95년에는 52조2,000억원으로 5년만에 배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70조원규모에 달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다. 삼성전자 수원공장. 매일같이 수십대의 대형컨테이너 트레일러들이 미국으로 수출할 가전제품을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부산항으로 운반하고 있다. 5년째 삼성 가전제품 컨테이너를 수송하고 있는 김모(36)씨는 『불과 2∼3년전까지만 해도 수원에서 부산항까지 가는데 10시간이 채 못걸렸으나 요즘에는 평일은 13시간씩 걸리고 주말이면 행락차량으로 16시간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서울-미국 로스앤젤레스(LA)간 비행시간이 12시간이니 수원에서 부산 가는 것이 서울에서 미국 LA에 가는 것보다 먼 셈이다.

도로가 워낙 막히다 보니 컨테이너 운반업체가 수원-부산간 부과하는 운임은 대당 42만원에 달한다. 부산항에서 LA 롱비치항까지 배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비용은 140만원선. 수원-부산간 거리가 440㎞, 부산-LA간 거리가 8,400㎞인 점을 감안하면 ㎞당 운임은 국내 도로운임이 954원, 태평양 해상운임이 179원으로 도로운임이 해상운임보다 5배이상 비싸게 먹힌다.

경부고속도로를 통과하는데만 운임이 이처럼 높게 책정되니 미국 현지에서 경쟁력을 가질리 만무하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광양제철소까지 철광석을 수송하는 비용은 톤당 2만2,100원. 그러나 광양에서 인천까지 도로로 수송하는 비용은 톤당 2만5,660원에 이른다. 수송비를 단순 비교해도 태평양을 횡단하는 비용보다 한반도를 종단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대기업체들의 경우는 그나마 중소기업들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이다.

대기업들은 물량이 많아 차량이 필요할 때 운송회사에 연락하면 언제든지 물건을 실을 수 있지만 교통사정이 좋지 않은 곳에 위치한 중소기업들은 운송회사를 불러도 교통문제 때문에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도로의 상당수 교량이 일정 톤수 이상 화물차량이 통과할 수 없도록 규정돼있다.

농공단지가 텅텅 비어 남아돌지만 중소기업들이 입주를 꺼리는게 바로 이같은 교통사정 때문이다.

한 기업인은 『외국의 경우 어떤 교량이든 웬만한 화물차량이면 통과할 수 있도록 건설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성수대교 붕괴사례에서 보듯 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해 너무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며 『도로나 교량을 건설할 때는 강도를 높게 해 기업체들과 함께 활용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 절대적으로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하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뒤늦게 대대적인 SOC확충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상당수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요 SOC확충사업 의 일부를 민자유치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기업체들에 대한 특혜시비를 없앤다며 이익이 거의 없는 수준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SOC투자에 별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말 입찰에 부친 부산신항만사업에 삼성컨소시엄이 단독 응찰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각 SOC사업마다 공사기간이 5∼8년씩 걸리기 마련이어서 2000년대 초반에야 기업체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입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들은 「2000년대에는 모든 물류문제가 해결된다」는 정부의 구호보다 어떻게 「위기의 97년」을 넘기도록 해주느냐에 더 목말라하고 있다.<박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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