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들 가격경쟁 밀려 개발의욕 상실 결국 도산까지/소송걸어도 2∼8년 소요/한국 ‘위조국’ 지목/수출도 걸림돌『가짜 없는 것이 없습니다. 잘 팔리는 상품은 모든 것이 다 위조되고 모방돼요. 소비자들은 유명상표를 싼 값에 살 수 있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위조행위는 결국 국가 경쟁력을 좀먹게 되지요』 지적재산권침해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지검 최순용 검사의 설명이다.
위조상품으로 인한 진품 제조업자들의 피해는 심각하다. 위조상품은 막대한 개발비 투자가 필요없어 진품보다 훨씬 싼 가격에 유통되기 때문에 진품이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결국 업체가 도산하는 예가 많다. 진품 생산업체가 위조업체를 대상으로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해도 별로 실효성이 없다. 특허분쟁은 짧아야 2년 길게는 7, 8년이 소요되는 데다 특허권리범위 확인심판, 특허무효확인심판,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2∼4개의 소송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소송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렵고 소송이 끝나기 전에 부도가 나버린다.
국제 수상발명가협회 이해남 사무총장은 『이같은 점을 노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독창적으로 개발한 제품이 나올 경우 거침없이 모조품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 협회 회장인 「아주셔터」 박갑일(59) 사장도 피해자다. 그는 5년간의 연구와 20억여원의 개발비를 투자해 91년 자동방화셔터를 개발, 93년에 특허등록을 마쳤다. 이후 사업이 일어서는 듯 했으나 모조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호황이 이어지지 못했고 지금은 도산위기에 몰려 있다. 박사장은 매출액이 94년 30억, 95년 60억원으로 늘어나자 96년 100억원을 목표로 했으나 결과는 15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95년 7월 이후 모방업체가 잇달아 생긴 때문이다.
모두 13개나 되는 모방업체는 진품보다 30∼40% 싼가격에 물건을 내놓았다. 박사장은 처음 모조품을 만든 3개사를 상대로 94년말 특허소송에 들어 갔으나 아직까지 1심 계류중이다. 박사장은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은 돈이 소송비용으로 들어갔다』며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상대업체가 영세해 적절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털어 놓았다.
발명가인 이해남 사무총장도 국내 굴지의 한 자동차회사와 특허분쟁중이다. 이씨는 파워윈도를 작동할 수 있는 「모터 내장 팔받침」으로 91년 실용신안특허를 받았으나 이 회사가 같은 장치를 승용차에 장착해 시판했다. 이씨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권리를 인정받았으나 93년 8월 특허무효확인심판에서는 패소했다. 그는 즉각 항고했으나 아직도 별무소식이다.
위조상품의 문제는 몇몇 업체의 도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위조상품의 범람은 국가경제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국내고유상품 개발이 도외시되고 새로운 기술·제품개발 의욕이 위축돼 결과적으로 국내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또 외국 유명상표를 도용한 상품들이 시중에 훨씬 싼값에 유통되므로 외제 선호경향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상품 위조행위는 선진국도 예외가 아닌 세계적 문제지만 특히 대만과 홍콩, 동남아·중남미 개도국이 극심한 편이다. 우리나라도 주요 상품위조국가로 지목받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자국내 254개 기업을 대상으로 행한 조사에 따르면 상표위조 빈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대만, 그 다음으로 한국이 지목됐다. 이어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인도 브라질 일본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순이었다. 또 국제상표산업협회가 유럽 1,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서도 대만 이탈리아 홍콩 태국에 이어 한국이 5위로 나타났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위조되는 외국 유명상표는 샤넬(CHANEL) 필라(FILA) 미키마우스(MICKEY MOUSE) 루이뷔통(LOUIS VUITTON) 나이키(NIKE)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구치(GUCCI) 이브생 로랑(YVESSAINT LAURENT) 등으로 미국제품 30종, 프랑스 17종, 이탈리아 9종, 영국 5종, 독일 5종, 스위스 5종 등 약 80종이다. 핸드백 지갑 등 가방류, 혁대 액세서리 등 장신구류, 의류, 신발류, 운동용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에스콰이어 금강 등 국내상표도 위조되고 있으며 시계 계산기 등 전자제품과 양주 자동차부품 의약품으로까지 위조영역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특허청 유기현 사무관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지적재산권의 침해를 일반재산권의 침해와 똑같이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어 위조상품의 생산 유통 및 수출은 통상마찰을 야기시켜 대외무역에 불이익을 초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92년부터 5년째 지적재산권분야에서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이진동 기자>이진동>
◎‘음반유통의 경찰’ 단속반원들/‘철저한 점조직’ 추적 힘들죠/15명 5개조 작년 323만개 압수/불법복제판매 날로 지능화 문제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한국영상음반협회 지도부 사무실. 전국 각지에서 팔리는 불법복제 음반의 제작자와 판매상을 추적하는 단속반원들의 일터다.
사무실 분위기는 경찰서 형사계와 흡사하다. 20여평 규모의 방에 15개의 책상을 5, 6개씩 맞대어 세줄로 맞춰 놓았고 책상위에는 타자기와 서류철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단속반원들은 하오 5시를 전후해 2, 3명씩 모습을 나타냈다. 사무실 옆 창고에 그날 수거한 불법 테이프가 든 포대를 옮겨놓고 사무실에 들어와 서류정리를 한다.
단속반원 15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경찰출신이다. 단속반의 업무가 정보수집 현장확인 증거확보 등 수사활동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나머지 인원도 대부분 특수부대 출신이거나 무술유단자 등 「험한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성희 지도부장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 형사과 등에서 근무한 베테랑 형사였다. 그는 『음반을 불법복제하는 업체와 판매상 등 유통망이 범죄 조직화해 있기 때문에 단속반도 조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음반을 파는 노점상의 경우 제작업자는 고사하고 중간판매책의 연락처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수사기관과의 업무협조도 중요하다. 수사권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단속에는 사법경찰을 대동해야 한다. 지난 12월 광주에서 1억1,000만원 상당의 음반을 제작하던 전문업자를 검거한 것도 단속반의 정보수집과 검찰의 수사협조가 이뤄낸 개가였다. 단속반은 96년에만 300만개 이상의 불법음반과 23만여개의 불법비디오테이프를 압수해 폐기처분했다.
단속반은 2개 분과와 특별조로 운영된다. 2개 분과는 다시 각각 2개조로 나뉘어 모두 5개조가 단속업무를 수행한다. 대부분의 조원들이 정보원을 두고 체계적인 정보수집을 한다. 지방출장도 잦다. 불법음반은 부산 대구 인천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제주 강원 등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권이 없고 소수 인원이 움직이다 보니 단속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이부장은 『욕설이나 항의는 기본이고 「덩치들」과 몸싸움을 벌어야 할 때도 있다』면서 『어떻게 알았는지 사무실이나 집에 전화를 해서 협박을 하는 일까지 있다』고 말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위조상품 이렇게 식별하세요/국내대리점 없거나 상표 철자·도형 변형/뒷골목 판매 등 의심을
이태원이나 남대문시장에서 외국 유명상표가 붙은 위조상품을 알고 사기도 하지만 해외여행중 상표만 보고 유명상품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메이드 인 코리아」 「메이드 인 타이완」이었던 경험은 이제는 보편적인 것이 돼가고 있다. 진품과 위조상품을 정확히 식별할 수는 없을까.
위조상품은 진품과 다를 바 없는 제품도 있지만 세심하게 살피면 대개는 구별해 낼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특허청 등의 위조상품 단속반은 거의 육안으로 위조상품을 가려내고 있다.
위조상품은 일반적으로 진품에 비해 품위와 품질이 떨어지고 외관이 허름하게 보인다. 이는 재료가 대개 모조품인 까닭이다.
또 액세서리 등 부속물의 결합이 조잡하고 바느질이나 디자인 염색 등이 진품에 비해 엉성하다.
상표도 진짜상표와 동일한 경우가 있으나 철자를 틀리게 하거나 도형상표인 경우 도형을 약간 바꾼 것을 달고 있다. 있어야 할 곳에 상표표시가 없는 경우도 있다. 등록상표의 일부분을 도려 내거나 상표의 외관을 일그러 뜨려서 진품의 불량품 또는 재고품으로 위장하는 사례도 많다.
등록상표의 앞뒤에 임의의 접두어 또는 접미어를 첨가해 출처를 혼동시키기도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명상표는 상표관리 측면에서 면세백화점, 상표권자나 사용권자의 직매장 또는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대리점이 없거나 정식 수입되지 않은 상품이 대로변 뒷골목이나 지하상가 등에서 거래되고 있다면 일단 위조상품으로 보아도 틀림없다』고 말했다.
값이 진품에 비해 훨씬 싼 경우도 일단 위조상품으로 의심해 볼 만하다.
국내에서라면 진위구별이 어려울 때 해당제품의 상표등록 여부를 특허청에 확인하거나 상표권자나 사용권자에게 직접 확인하면 된다. 상표권자나 사용권자는 제품의 가격과 질 등 외양만으로도 위조상품을 식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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