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생활비 맞먹는 비용/연 400만명이 찾는다지만 스키장없는 지역선 ‘남의 일’유독 눈이 많은 이번 겨울. 주말에 서울 근교로 나가본 사람이라면 교통체증이 얼마나 대단한지 경험했을 것이다. 여름 휴가철의 행렬과는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차량 지붕에 부착된 스키 캐리어들.
스키는 매력적인 겨울 스포츠임에 틀림없다. 하얗게 눈덮인 산 중턱을 지그재그를 그리며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날카로운 스피드의 쾌감. 낚시꾼들이 손맛을 이야기한다면 스키는 사악사악 눈밭을 가로지르는 눈맛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스키가 훌륭한 겨울 레저임에도 불구하고 「거품」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LG경제연구원의 강태욱 연구원은 『언제부터 우리나라의 겨울이 「스키를 위한 계절」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TV 뉴스, 드라마, CF 등에서 스키장 풍경은 빠질 수 없는 단골 배경이 되더군요. 헤어밴드, 고글, 저마다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요란한 스키복, 리프트를 타고 오르내리는 연인들…. 스키가 마치 국민스포츠라도 된 양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젠 스키도 대중스포츠」라는 일반인의 인식에는 분명 거품이 있다. 소요경비를 추산해 본다면 분명해진다. 4인 가족이 1박2일로 스키장을 다녀올 경우 평균 경비는 60∼80만원 정도. 숙박시설이 14만원, 스키장비를 대여할 경우 1인당 2만5,000∼3만원, 리프트 일일 이용료가 3만∼3만5,000원 수준. 여기에다 한끼 식사가 8,000∼1만5,000원이며 사우나, 볼링장 등 다른 레저 시설 이용료나 교통비 등 기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웬만한 가정의 한달 생활비인 셈이다. 물론 콘도회원에 스키장비를 갖춘 경우라면 훨씬 저렴하겠지만, 기본적인 투자비용을 고려한다면 평균경비에 못지않을 것이다.
스키장비를 직접 구입할 경우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구상품 위주의 할인장비세트를 구입해도 30만원을 훨씬 넘으며, 스키복 등 부대 장비는 50만원이 넘는다.
스키는 아직 「수도권 스포츠」라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 스키장들 대부분이 수도권 인근지역에 밀집해 있다. 전국 12개의 스키장 중에 경기도권에 6개, 강원도지역에 5개 등 대부분 수도권 인구가 이용하는 곳이다. 지방에는 전북 무주리조트, 충북 충주의 사조마을 2곳 뿐이다. 지방의 많은 도시에는 직접 스키를 즐겨본 사람은 아직 드물다.
올 겨울 연인원 400만명이 스키장을 찾을 전망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탈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쉽게 그렇게 되지않는 스포츠. 자신은 타본 적이 없으면서 「대중스포츠」라고 말하게 되는 스포츠. 분명 거품이 있다. 그러나 이 거품은 빠질 것이고 문제는 속도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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