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시기 함구 조기가시화 제동/후보들 “김심잡기” 경쟁 불꽃튈듯/이 총리 주자군서 제외 이례표명 눈길김영삼 대통령이 7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일관되게 표출한 정치구상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여권의 대권구도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여권 대선후보 선출에 적극개입할 것이라는 가설은 정치권에서 일종의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날 회견으로 부동의 상수로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선후보 결정방식에 대해 김대통령이 『분명한 나의 입장을 당원과 국민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향후 당내 대선구도의 흐름을 예단케 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직역한다면, 김대통령이 특정후보 지지의사를 표명하겠다는 것이고 행간까지 살핀다면, 자신이 낙점한 후보가 여당후보, 나아가 차기 대통령이 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지표명은 당에 대한 김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현 상황을 감안하면, 별 무리없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김심에 의해 여권의 차기대선 후보가 창출된다는 등식이 성립되고 당내 대선주자들도 이를 현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앞으로 당내 대선경쟁의 양상은 김심을 잡기 위한 대선주자들의 노력으로 특징지워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대선주자들이 김심에 접근하기 위해 오로지 충성경쟁만을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본선이 엄연히 있는 마당에 김대통령이 단순히 충성도, 친밀도만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추진력과 능력이 있고 도덕성을 갖춘 인물」중에서 당선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후보로 선출되도록 적극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각 주자들은 후보기준중 자신들의 특장을 내세우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내가 적임자다』라는 논리를 김대통령에게 제시하는 형국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는 김심에 접근하기 위한 대선주자들의 개별적인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대선구도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는 경선시기에 대한 언명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김대통령은 『대선후보 결정은 너무 일찍하는 것도, 너무 늦게 하는 것도 옳지않다.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고 말했다. 「적절한 시기」라는 말은 다의적으로 해석되는 표현으로, 김대통령 자신이 택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경선시기의 대체적인 윤곽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회견에서 후보조기가시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가능하면 전당대회를 늦춘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또한 정치권의 관심사였던 2월 당정개편설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부인, 대권논의를 증폭시킬 여지를 만들지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아울러 지금은 경제회생 등 국정에 전념해야할 때라는 메시지도 재삼 강조했다.
여권의 대권구도와 관련, 주요한 관심사중의 하나였던 이수성 총리의 거취문제를 김대통령이 확실하게 언급한 것도 이번 회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중의 하나. 김대통령은 『이총리는 일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총리로서 일을 맡기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총리를 대권주자군에서 제외한다는 직접화법의 의사표시인 셈이다. 여권 핵심부에서는 『이총리가 후보보다는 「후보메이커」로 활약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었다. 김대통령의 언급으로 여당의 대선후보는 그 윤곽이 상대적으로 좁혀졌다는게 중론이나 여전히 「이수성카드」의 유효성을 점치는 분석도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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