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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과 ‘마’의 만남/류동희 국제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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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과 ‘마’의 만남/류동희 국제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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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당신을 만나기가 이리도 고통스럽고 힘듭니까』75년 11월20일 82세를 일기로 사망한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는 최후의 투병 중에 이처럼 신음했다.

그해 10월17일 발병한 프랑코는 수차례나 저승문턱에서 이승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측근들이 그의 생명을 연장하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렸기 때문이었다. 민주화를 약속한 후계자 후안 카를로스의 집권이 두려웠던 이들은 사용 가능한 모든 의술을 총동원, 프랑코와 신과의 만남을 이처럼 「부질없이」 지연시켰던 것이다.

연말연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등소평)의 위독설은 이번에도 그의 사망발표로 이어지지 않았다. 등의 나이 92세. 나이가 나이인지라 불사조와 같은 그의 모습은 이제 더이상 자연스럽지 않다. 물론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은 등의 희망과 무관하지 않다. 등이 전세기 중국의 치욕의 상징인 홍콩을 돌려받는 올 7월1일 이후로 자신의 사망일을 「택일」하고 싶어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중국 땅이 된 홍콩」을 밟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지도부가 등에게 그의 희망은 물론 그의 신체가 감당해낼 이상의 생존을 희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비록 모든 직책에서 떠난지 오래이지만 등은 여전히 각 세력간 균형의 중심점으로서의 정치적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7년여간의 수습기간에도 불구하고 등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후계자」 장쩌민(강택민)은 어쩐지 불안해 보인다.

공산 중국에서 최고 지도자의 사망은 곧 정치동란의 예고였다. 기세등등하던 문혁 4인방의 전격적 축출로 이어진 76년 마오쩌둥(모택동)의 죽음이 바로 그러했다. 자오쯔양(조자양) 등 개혁파의 대거 몰락을 가져온 89년 천안문사태도 그 촉발의 계기는 후야오방(호요방)의 돌연한 사망이었다.

중국지도부가 등과의 작별을 여전히 두려워한다면 이러한 역사적 경험 때문일 것이다. 언제쯤이라야 그들에게 등과 저승에 있는 「마극사」(마르크스)와의 만남이 두렵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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