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의 연두회견이 매우 중요한 것은 한해동안 국가발전 및 국민생활과 관련된 국정운영의 방향과 내용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의 성공적인 연두회견이나 국정연설은 두말할 여지없이 국가경영전략이 지극히 합리적이며 또 국민의 공감을 갖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새롭고 거창한 사업계획을 제시하기보다 대체로 지속적인 개혁방향을 강조한 것은 남은 임기 1년동안 집권공약과 시정계획을 정리하려는 의도라 하겠다.사실 국민들은 중대발표나 놀랄 만한 사업계획의 발표를 반가워하지 않는다. 경기회복과 시국수습 등 당면한 현안해결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김대통령이 제시한 경제체질개선, 안보강화와 통일기반 구축, 부패척결, 공정한 대통령선거관리, 국민생활개선 등 5개 국정목표와 과제는 대체로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들을 선도하고, 또 동참할 수 있게 하는 확고하고 구체적인 실천의지와 계획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번 회견에서 경기침체에다 파업확산 등으로 불안해 하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기대하고 또 참여하게 할 수 있는 시국타개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아울러 김대통령이 야당총재들과 회동, 영수회담을 일축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김대통령으로서는 야당에 대해 못마땅해 한 점은 이해할 수가 있다. 국회의장의 연금 등 물리적으로 의사방해를 하고 소수가 다수를 제압하려는 기도에 몹시 불쾌한 감정을 밝혔다. 그러나 노동관계법 단독처리로 정국이 완전히 경색된 만큼 국민에게, 각계에게 여야대화, 화해의 모습이란 큰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잠수함사건에 대한 사과후 올해 남북관계에 관해 김대통령이 작년 8·15경축사를 들어 협력과 발전이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올해 북한의 대미·일 접근, 4자회담 설명회에 형식적인 태도, 실리위주의 대남 2중적 전략, 여전한 대남 교란과 대통령 비방 등이 예상되는 만큼 차갑게, 그리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김대통령이 회견서 가장 분명하게 밝힌 것은 역시 여당의 대통령 후보 선정문제다. 후보의 조기 선정은 당과 국가를 위해 늦추며 후보 결정에 있어 당원과 국민에게 분명하게 의지를 밝히겠다고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마디로 대권후보는 신한국당의 계속집권을 위해서도 후보결정을 전적으로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민적인 후보의 자질 검증을 위해서도 대권후보들의 자유로운 활동과 발언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과연 이를 어떻게 조절하는가가 관심거리다.
대통령이 국정 목표와 방향을 밝힌만큼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정부의 구체적인 실천이다. 내각의 분발도 그렇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도 큰 과제다. 정부가 분연히 앞장설 때 국민도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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