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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신한국당 고문(’97 대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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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신한국당 고문(’97 대선인물)

입력
1997.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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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최소화하는 개혁정책 필요”/보수주의자로 안정개혁 추구/정계 투신 후회안해,야권단일화 가능할수도/대중성 확보 위한 비판·자기표현 필요땐 할 것□대담=조명구 차장

―밖에서 보던 정치와 실제로 경험한 정치간의 괴리는 무엇이었습니까. 정치에 몸담은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까.

『지역주의나 3김의 정치구도가 정치마당을 지배해 오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구도가 정치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결정한 사항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의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기습처리가 불가피했다고 보십니까.

『당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선 당론이 결정되면 따라야 합니다. 당론결정과정에서는 비판과 반대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결정된 후에는 당을 떠나지 않는 이상 따르는 것이 도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비판과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피하려는 것은 온당한 처신이 아닙니다』

―문민정부 4년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개혁의 성과에 대해선 여러 평가가 있습니다만, 국민들이 개혁의 내용이나 성과를 피부로 느끼고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남은 1년동안 개혁을 마무리 짓고 다음 정권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현정부의 중요한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개혁자체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면을 수반하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보수주의자입니다. 보수에서도 정체된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자기개선과 개혁의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책이 고통을 최소화하고 개혁의 필요성과 의미를 국민이 깨달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반성할 부분이 있습니다』

―김대통령과 여러차례 독대하셨을텐데 주로 어떤 얘기를 나눕니까. 차기구도에 관한 이야기도 했습니까.

『일반적인 얘기를 합니다. 정치이야기도 하고, 특히 요즘에는 남북관계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최근에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차기구도에 대해선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

―94년 4월 총리직을 그만둘 때 많은 사람들이 현 정권에서는 일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1월에 전격입당한 배경은 무엇이었습니까.

『당시 정국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안정의석을 획득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았습니다.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겠다고 출범했던 정부가 이도저도 아닌 것으로 끝나면 역사적으로 큰 혼란이 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나 혼자 편하게 방관하는 것은 초기 개혁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바람직한 경선시기는 언제쯤으로 보십니까.

『글쎄요. 솔직히 어느 때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다음 정권창출과 관련된 당의 의사결정은 시기에 따라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국정운영과 관련해서 균형있게 결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경선과정에서 김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하리라고 보십니까.

『뭐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총재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이상 후보결정에 대해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드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인의 한 사람으로 의사표시를 하는데 그쳐야지 경선자의 자유의사를 배제하거나 압박해서는 안됩니다』

―제한경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연스러운 일의 결과로 소수로 좁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2∼3명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곤란합니다』

―만약 경선구도에 이고문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웃음) 지금은 그런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봅니다』

―경선참여를 언제 공식선언할 생각입니까.

『그것도 아직…. 언제쯤이 좋겠습니까(웃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고문의 지지도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여론조사는 오르내림이 있는 것 아닙니까. 여론조사는 조사당시의 국민의사나 기대가 표출되는 것이므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박찬종 고문의 인기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빙그레 웃으며) 본인이 인기가 있어서 그렇겠지요』

―현정부가 그동안 개혁을 추진해 왔는데 이고문같은 개혁적 인사가 또 정권을 잡게 되면 골치 아픈 것 아닌가 하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떠세요. 제가 그렇게 피곤한 사람으로 보입니까.(웃음)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면 성공한 개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정상적인 국가운영과 정책수행까지도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면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게 됩니다. 개혁은 편안하고 안정된 사회를 이루는 방법이 돼야 합니다』

―김대통령이 이고문을 거북스럽게 생각한다는 견해도 있는데요.

『차기 여당후보에 대해 대통령이 의사표시를 한다해도 나라의 장래와 국민의 진정한 뜻을 생각해서 결정하리라 봅니다. 순전히 개인적 차원에서 선호를 밝히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대통령으로선 당연히 그렇게 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인기 얻기와 김심 잡기가 서로 상충되지 않습니까.

『저의 대중성은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하면서, 또 정치에 참여하면서 얻은 평판에서 형성된 것이지, 소위 대중정치인으로서 대중과 접촉해 나온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대중정치인으로서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면 그런 차원의 활동이나 자기표현이 필요할 것입니다. 국민의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김대통령과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고 비판한다고해서 유지·확산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비판하겠지만 긴장이나 갈등관계가 대중성을 확보하는 길이라 보지 않습니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합니까.

『몇 퍼센트냐는 대답을 할 능력은 없습니다. 다만 단일화가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당사자간의 신뢰일 것입니다』

―현재의 경제난을 타개할 대책은 무엇입니까.

『현 경제난은 경기순환과 구조적 문제가 겹쳐 있습니다. 개선방향을 잡기 어려운 것은 기본적으로 경제모델이 정부주도형이기 때문입니다.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가시적 효과를 노린 비상조치적 단기처방은 안됩니다. 장기적 안목에서 구조개선을 이루면서 정책을 집행해야 합니다.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서 성장기반을 잡아야 합니다』

―올해 남북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급격한 상황변화는 있으리라 보지않습니다. 평화관리 기조위에서 전쟁억지력을 갖추면서 대북경제교류와 지원을 통해 개방을 촉구하는 기본노선을 지켜가야 합니다』

―정치적 보복 또는 후임대통령의 전임자보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적 보복이 있어선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있습니다. 후임대통령이 전임자를 보호한다는 표현은 오해소지가 있어서 적절치 못합니다. 전직대통령이 직무를 끝낸 뒤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정착된다고 생각합니다』<정리=홍희곤 기자>

◎이회창 캠프/당내의원과 우호적 관계 형성/경기고·서울법대 동문도 든든

정치는 세와 인기다. 세는 당내의 자기사람을, 인기는 대중지지를 말한다.

이회창 고문은 세가 약한 편이다. 그렇지만 그가 확보하고 있는 대중지지는 세를 형성하는 든든한 밑천이 될 수 있다.

당내에서 드러내놓고 이고문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다. 다만 서상목 백남치 강용식 이응선 안상수 박성범 김학원 김문수 김덕 신영균 박세환 홍준표 김영선 의원 등이 이고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외 인맥은 경기고와 서울법대 동문이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법조계 지인들과 중앙선관위원장·감사원장·국무총리를 역임하면서 맺은 다양한 인맥이 탄탄한 주변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가장 공식적인 조직은 보좌진과 후원회다. 보좌진에는 안동일 변호사 진경탁 전 의원 진영 변호사 장다사로 보좌관이 있다. 총선당시 선대위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황우려 의원이 핵심역할을 맡아 하고 있다.

후원회에는 회장인 정재석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 김두희 전 법무, 윤동윤 전 체신, 유경현 전 평통사무총장 김시중 전 과기처, 황영하 전 총무처장관, 이충길 전 보훈처, 황길수 전 법제처장, 이흥주 전 총리비서실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 법무·황 총무처장관·유 전 평통총장은 경기고, 정 전 부총리·윤 전 체신장관·황 전 법제처장은 서울법대 동문이다.

경기고 인맥은 49회 동기모임인 청하회와 경기법조회 및 기수별 동문회가 중심이다. 청하회 회원으로는 고교·대학·고시동기인 이세중 변호사 오성환 전 대법관 배도 효성그룹 고문 등이 있다. 법조계는 고시동기인 김덕주 전 대법원장 박우동 전 대법관 이정락 서정우 여동영 이재후 변호사를 비롯, 가톨릭 법조회, 30∼40대 변호사 50여명이 결성한 「경쟁력강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있다.

학계에선 안병만 외대총장 방석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상우 서강대 교수 양건 한양대 교수, 관계에선 총리시절 행정조정실장을 지낸 김시형 산은총재와 총리실 제2행정조정관 출신인 이기호 보건복지부차관과 가깝다.

◎대선 포인트/본선보다 당내 예선통과 주목

이회창 고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대중인기다. 중앙선관위원장·감사원장·국무총리를 거치면서 보여준 공인으로서의 처신이 대중지지의 밑바탕이 됐다. 청렴성과 도덕성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그러나 그의 인상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강렬한 이미지는 장점이자 약점이다. 카리스마는 대중정치인으로선 소망스런 덕목일 수 있다. 이는 그러나 거꾸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카리스마라면 김영삼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고문 스스로 지적하듯 많은 국민들이 「찍어 누르는」 개혁에 지쳐 있다. 또 한번의 강력한 지도자를 환호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피곤하다는 것이다.

이고문은 본선에서의 당선가능성면에서 변함없이 1∼2위에 랭크된다.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보다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당내기반이 아직 취약하다. 후보경선이란 대선의 1차 관문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상태다. 여권핵심부와의 「불확실한」 관계는 시계를 더욱 흐리게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과거와 달리 상향세가 꺾이고 있는 대중지지도는 그래서 곤혹스럽다.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꾸어 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세론 확산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선택」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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