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고속철 추풍령에서 멈춰, 승객들 추위 속에 발 동동」프랑스의 고속철도 TGV(테제베)가 영하 10도 추위에 전력선 결빙으로 곳곳에서 멈추어 섰다는 외신보도를 읽으면서 2000년대 어느날 신문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를 대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근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첨단기술의 대명사라는 프랑스의 자존심이 그 정도 추위에 휴지처럼 구겨졌으니 말이다.
그 기술과 체제를 도입하는 경부고속철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이 소식에 민감해진 우리 보도진의 전화에 TGV 제작사인 알스톰사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력공급선 결빙으로 인한 전동차 정차사고는 2일 이후 프랑스 남동부 곳곳에서 일어났다. 구랍 30일에는 런던―파리간 TGV 열차 유로스타가 영불해협 터널안에서 멈추어 서는 사고도 있었다. 눈발이 엔진 속으로 흘러들어 일어난 이 사고는 『기온급강하로 인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는 알스톰의 변명을 믿을 수 없는 증거다.
경부고속철 건설당국의 태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관계자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프랑스는 습기가 많아 촉촉한 진눈깨비가 많이 내리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눈이 푸석푸석해 전력선에 달라붙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결빙에 대비해 해빙장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철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태백선 중앙선같은 산악지방 전철에서는 전력선 결빙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문제가 되지않는 것은 전동차 속도가 느려서이지 전력선이 얼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TGV동력차의 엔진 열기가 지붕 위로 뿜어올리는 증기의 냉각으로 결빙이 가속됐을 수도 있다고 보는 철도기술자도 있으니 걱정 없다는 장담도 믿기 어렵다. 구상에서 설계, 시공 등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 온 경부고속철의 신용도는 그렇지 않아도 낙제점이다. 이것만은 안심하라는 분명한 해명과 대책을 듣고 싶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