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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값’과 ‘몸값’/한기봉 네오클래식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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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값’과 ‘몸값’/한기봉 네오클래식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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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자기 나이와 똑같은 평수 정도의 아파트에는 살아야 「사람값」을 하는 게 아니냐고 신년모임에서 한 친구가 말했다.그는 중소기업의 부장이다. 올해 40을 넘긴 그는 서울시내 변두리의 18평 아파트에 산다. 그는 집을 늘리려고 부단히 노력했으나 월급과 알량한 재테크 실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점차 흰 머리는 늘어나고 아이들이 제 방 타령을 하면서 그는 왠지 무능한 가장같아 부끄럽다고 했다. 아무리 허리끈을 졸라매도 평생 「사람값」하기는 힘들 것같다는 초조감과 강박감은 연초부터 그를 우울해 보이게 했다.

「사람값」이야기는 물론 그 친구의 자조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가지 이야기를 덧붙였다. 바로 연예인의 「몸값」이야기다. 누가 어떤 광고에 출연해 사상 최고의 개런티를 받았느니, 처음으로 4억을 넘었느니 등의 연예 기사를 읽을 때마다 허탈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사람값」을 제대로 못한다고 부끄러워하는 그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에게 연예인들의 광고출연료는 신화와 같은 액수다. 그래서 다소 비하감과 모멸감을 풍기는 「몸값」이라는 단어가 나왔는 지도 모른다. 조금 「뜬다」 하면 한 번 출연에 3억 이상이고 최고기록은 수개월 만에 깨진다. CF에서 성공하면 연기력에 대한 검증도 없이 금세 TV드라마나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돼 CF의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이들에게 드라마는 인기유지를 위한 「부업」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왈가왈부는 촌스런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타급 연예인들의 CF출연료는 시장경제 원리로만 치부해 버리기에는 좀 심하다는 느낌이다. 4억은 신디 크로포드나 멕 라이언 등 세계적 대스타들의 국내 CF 출연료보다 높다.

여기에는 광고대행사의 스타모시기 경쟁과 「사람값」을 「몸값」과 등가시 하는 연예인들의 왜곡된 「자존심」이 개재돼 있다. 비싼 「몸값」은 결국 다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로 돌아오는데. 정축년 새해. 경제가 문제라고 모두들 난리인데 내 친구의 「사람값 몸값 이야기」는 괜한 넋두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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