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가전시장에서 아시아산 제품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한때 유럽 각국의 가전제품 전문상가마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수입된 소형 가전제품들이 홍수를 이뤘으나 이제는 중고품 판매점에나 찾아가야 볼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럽연합(EU)이 95년 11월부터 아시아권 가전제품 전체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유럽연합은 수입 가전제품에 대해 3% 안팎의 관세를 부과해왔으나 아시아 가전업체들의 덤핑공세가 심해지자 덤핑판정과 함께 품목별로 10∼25%의 무거운 관세를 물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인해 중국산과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제품은 일거에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이 와중에 유일하게 유럽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이 바로 한국 가전업체들이다. 대우 삼성 LG전자 등은 80년대말부터 현지투자를 추진, 93년부터 본격적으로 현지공장을 가동해왔기 때문에 반덤핑태풍이 휘몰아치자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던 물량을 모두 현지생산으로 발빠르게 교체,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업체들은 나아가 아시아권 업체들의 퇴조로 생긴 소형가전제품시장 공백을 급속히 잠식해가고 있다.
유럽 가전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최소한 연간 10% 이상의 순이익이 나지않는 상품은 생산하지 않는다」는게 관행이다. 이에따라 가전제품도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제품 생산에 주력한다.
반면 한국업체들은 「5%만 남아도 생산한다」는 헝그리(Hungry)정신으로 무장해있다. 또 기술격차로 아직은 대형제품의 경우 유럽업체들과 정면 승부하기 어렵지만 중소형 제품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자연스럽게 중소형으로 시장을 분할하게 됐다.
높아지는 경제블럭은 미주지역도 마찬가지다.
94년 1월 미국 캐나다 멕시코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되면서 관세가 상호 면제되는 이들 지역 외에서 생산된 제품은 경쟁력을 급속히 상실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NAFTA 출범에 신속하게 대응, 일찌감치 멕시코에 현지 가전공장을 세움으로써 위기를 피하고 현재 미주지역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과 미주지역의 경제블럭화가 진전되자 동남아시아권 국가들도 뭉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ASEAN)국가들은 아시아자유무역지대(AFTA)를 구축, 상호간 관세장벽을 허물기 시작했으며 2003년까지 역내 전 공산품의 관세를 5%까지 낮추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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