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생활속의 인터넷’ 원년/그로브멀티CPU 장착 상호연결 PC가 차세대컴퓨터 표준/클라크TV·게임기로 인터넷 가능케 할 브라우저 개발중인터넷 거물들이 새해 벽두 인터넷으로 만났다. 넷스케이프사의 제임스 클라크 회장, 인텔사의 앤디 그로브 회장, (주)아이네트의 허진호 사장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97년 인터넷산업을 전망하는 인터넷 대담을 가졌다. 3명의 뉴미디어 리더는 97년은 「인터넷관련업체들이 96년에 제시한 많은 약속들이 이뤄지는 해」라고 정의했다. 이들의 대담을 통해 97년 한해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사용자에게 다가올 인터넷 시장을 미리 살펴본다.<편집자 주>편집자>
□대담 참가자
허진호 (주)아이네트 사장
앤디 그로브 인텔사 회장
제임스 클라크 넷스케이프사 회장
▲허진호 사장=96년은 많은 정보통신업체들이 인터넷시장에 뛰어든 한해였습니다. 그중에서 양사는 단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넷스케이프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거센 도전에도 불구하고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켰고 인텔사는 인터넷폰과 비디오폰을 선보여 인터넷 기술을 한걸음 더 전진시켰습니다.
먼저 인텔사의 탁월한 실적에 대해 언급하지요. PC시장에서 인텔, MS사의 우위를 저지하려는 많은 시도와 PC업계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아직 우세한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가장 높은 순익을 내는 회사중 하나입니다. 이런 인텔의 성공요인은 무엇입니까?
○‘다양한 시도’로 인텔 아성 지켜
▲앤디 그로브=한마디로 「다양한 시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텔은 작년에 586프로세서인 펜티엄을 등장시킨데 이어 686프로세서인 펜티엄프로를 선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멀티미디어기능이 내장된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MMX프로세서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기능이 대폭 향상된 새로운 프로세서를 계속 출시하면서 사람들에게 기술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었습니다. 인터넷분야에서도 인터넷폰, 비디오폰을 등장시켜 인터넷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습니다.
▲허진호=96년은 넷스케이프사 전략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과 97년 인터넷소프트웨어 시장을 겨냥한 주요 전략은 무엇입니까?
▲제임스 클라크=확산입니다. 넷스케이프사 제품 사용자들을 많이 늘리는 것이 우선이죠. 그러기위해 다양한 기술을 지닌 전략적 파트너를 찾아 연합전선을 이루려고 합니다. 그래야만 여러가지 플러그인을 개발해 일반 프로그램과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미 포인트캐스트네트워크사와 공동작업을 추진중이어서 조만간 주문형 뉴스와 정보를 기업체에 제공할 것입니다.
○인터넷 혁명,기업 생산성 비약
▲허진호=90년대 중반에 일기 시작한 「인터넷혁명」은 집집마다 개인용컴퓨터를 갖추도록 한 80년대의 「PC혁명」을 무색하게 합니다. 인터넷혁명이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통신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겠습니까?
▲그로브=인터넷 열기는 사람들의 정보통신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우선 PC를 비롯한 정보통신분야에 전에는 생각도 못한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하이브리드 애플리케이션」을 들 수 있습니다.
PC속도와 업무수행능력은 18개월을 주기로 2배 이상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신인프라는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화상회의나 3차원 응용프로그램같은 대용량의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하이브리드 애플리케이션은 일반 모뎀으로도 웹에서 CD-롬이나 DVD에 담긴 프로그램을 쓸 수 있게 합니다.
▲클라크=인터넷은 기업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개인의 소비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인터넷은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비용이 저렴합니다. 거래를 위한 문서전달, 대금결제도 인터넷을 통해 즉석에서 처리됨에 따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죠. 소비자들도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 물건을 사러 매장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살펴보고 대금을 지불하므로 쇼핑은 더 이상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통신 기능 강화된 PC가 주종
▲허진호=인터넷이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면 앞으로 등장할 미래의 PC는 어떻게 달라지겠습니까?
▲그로브=인텔은 차세대PC규격으로 「상호연결PC(connected PC)」를 제시했습니다. 데스크탑 본래의 기능이 강화된 네트워크PC죠. 이 PC는 3차원 입체음향과 지금보다 4배 빠른 3차원 그래픽기능을 지닌 멀티미디어프로세서인 MMX프로세서를 장착합니다. 인터넷으로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버포토그래피 기능도 구사할 것입니다. 이런 강력한 기능을 지닌 한 대의 「상호연결PC」는 여러대의 PC와 연결돼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만들 수도 있죠. 이런 것들은 올 하반기부터 선보일 것입니다.
▲클라크=미래의 PC는 통신기능이 강력해질 것입니다. 인터넷이 부수적인 기능에서 필수기능으로 변화함에 따라 통신기능이 우선되는 PC들이 선보일 겁니다. 주로 PC와 가전기능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날 겁니다.
넷스케이프가 최근 네이비오라는 자회사를 세운 것도 이에 대비한 것입니다. 네이비오는 TV, 게임기 등 가전용품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전용 브라우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브라우저는 HPC처럼 휴대용PC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PC와 TV ‘시선끌기’ 경쟁 계속
▲허진호=가전제품들이 최근 인터넷 접속기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TV가 대표적인데 PC와 TV의 경쟁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로브=TV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지난 50여년간 TV가 쌓아온 시각적 경험의 폭을 PC도 넓혀야 합니다.
결국 「시선끌기」라는 표현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더 많은 눈길을 끄는 쪽이 이길 것입니다. 사용자들이 PC, 인터넷과 보내는 시간이 척도가 될 겁니다. TV만큼으로는 이길 수 없죠. TV를 능가해야 합니다.
▲클라크=PC는 실제와 유사한 쌍방향 3차원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TV가 보여주기는 힘든 경험이죠. 컴퓨터산업은 90년대초에 멀티미디어를 도입했던 것처럼 3차원기능을 차세대 주력기능으로 제시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조작이 쉽고 편하다는 점에서 PC는 TV를 따라가기 힘듭니다. 가전제품에 인터넷기능을 접속하기 위한 시도는 이 때문이죠. ISDN 등 광대역통신망이 많이 늘어나 통신환경이 편해진다면 TV, 게임기 등 가전제품이 가격, 사용의 편이성, 손에 익은 친숙성 등에서 PC를 앞서갈 수도 있습니다.
▲허진호=문서작성기가 10여년간 100MB 가까이 크기가 커진 것처럼 웹 검색기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소프트웨어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보십니까?
○인터넷 SW 기능 더욱 향상
▲클라크=인터넷 소프트웨어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늘어나니까요. 또 인터넷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은 인터넷에 거는 기대를 소프트웨어에서 얻으려고 합니다.
웹 검색기인 내비게이터의 경우 1월중에 선보일 4.0판은 운영체제의 일부 기능을 포함하다보니 파일크기가 많이 증가했습니다. 이름도 여기에 맞도록 내비게이터에서 「커뮤니케이터」로 바꾸었죠. 기업들을 위해 인트라넷 소프트웨어로 발표할 「콘스텔레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닉스, 윈도95, 매킨토시 등 17개의 서로 다른 컴퓨터를 지원하기 위해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서로 다른 기종간에도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규약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로브=사용자들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동안 소프트웨어의 자동갱신이 이루어진다거나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기능들이 강화되겠죠. 모든 소프트웨어들이 인터넷 지원기능을 기본으로 지니게 될겁니다.
▲허진호=인터넷을 바탕으로한 기술은 어떻게 발전할까요? 자바, 액티브X를 포함한 많은 기술들이 출현했는데 미래 인터넷 소프트웨어에서 어떤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습니까?
▲그로브=데이터처리기술입니다. 네크워크를 통해 많은 데이터가 오가는데 이를 얼마나 빠르고 충실하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죠.
이제는 인터넷으로 동영상과 소리까지 전달됩니다. 이런 것들이 네트워크에서 순조롭게 처리되려면 하이브리드 애플리케이션처럼 멀티미디어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앞으로 인터넷에서 새로운 소프트웨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허진호=넷스케이프가 발표할 「커뮤니케이터」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이 프로그램에 새로 추가되는 기능과 「콘스텔레이션」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요.
▲클라크=프로그램화면들이 겹쳐보이도록 하는 기술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여러개의 창을 열어도 화면이 어지럽지 않도록 하는 기능과 전자메일, 채팅 등 별도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던 기능들이 기본으로 포함됩니다.
커뮤니케이터가 개인사용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라면 콘스텔레이션은 기업을 위한 소프트웨어 묶음입니다. 자동으로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주는 기능, 특정부분을 수정하면 관련사항들을 자동갱신하는 기능 등은 MS의 백오피스, IBM의 로터스노츠 등을 겨냥한 것입니다.
▲허진호=두 분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97년은 인터넷을 지원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경합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에선 그러한 흐름을 타고 신문, TV,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가 인터넷과 결합하는 「복합매체화」가 진행되는 등 미디어부문의 신규서비스가 많이 등장할 것입니다.
이제 인터넷 시장에서 한국과 미국의 서비스수준 격차는 12개월 이내로 줄어들었고 앞으로는 더욱 좁혀질 것입니다. 세계시장의 흐름을 조망해주신 인터넷 업계 두 거목의 진단에 감사드립니다.<정리=최연진 기자>정리=최연진>
□참가자 약력
▲허진호(35) (주)아이네트 대표이사
국내에서 처음으로 94년 인터넷서비스전문업체인 (주)아이네트를 설립, 국내 인터넷열기를 몰고 온 주역. 한국, 일본, 싱가폴, 대만 등 아시아 7개국을 연결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작업에 한국대표로 참여, 아태지역 백본을 구축했다.
1990 한국과학기술원 전산공학박사
1994 (주)아이네트 설립
1995 인터넷프로그램 개발위원회(INET95) 위원
1996 아시아태평양 네트워크그룹(APNG) 상용망위원장
▲앤디 그로브(61) 인텔사 회장
33세에 인텔사를 설립해 세계 최대의 컴퓨터 칩 회사로 성장시킨 장본인. PC 및 멀티미디어, 인터넷에 필요한 펜티엄칩, 인터넷폰, 비디오폰 등을 개발했다. 40여종이 넘는 첨단기술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고 현재 UC버클리, 스탠포드대학 등에서 정보통신기술 강의를 하고있다.
1963 UC버클리대 화공학박사
1968 인텔사 설립에 참여
1987 인텔사 회장 취임
1995 하인즈재단 경제과학공로상 수상
▲제임스 클라크(48) 넷스케이프사 회장
인터넷 검색기 「내비게이터」를 개발해 불과 1년여만에 전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석권한 인터넷 돌풍의 주인공. 오늘날 가상현실시스템의 토대가 된 기초이론을 발표했으며 최근 컴퓨터와 가전제품을 통합한 「텔레컴퓨터」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1971 유타주립대 컴퓨터공학박사
1981 실리콘그래픽스사 설립
1982 캘리포니아대학, 스탠포드대학 컴퓨터공학 교수
1994 넷스케이프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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