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면책특권 제한 논란워싱턴 주재 그루지야대사관 소속 공사가 최근 음주운전중 일으킨 치사사건을 계기로 외교관 면책특권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시 경찰은 3일밤 만취한채 과속으로 차를 몰다 5중 충돌사고를 일으켜 16세 소녀를 사망케한 그루지야 대사관의 게오르기 마하라제 공사(35)를 치사혐의로 입건, 수사중이다. 검찰은 경찰조사가 끝나는 대로 마하라제를 기소할 방침이나 그가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주장할 경우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대해 피해자측의 데이비드 리친 변호사는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벌과 보상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면서 마하라제에 대한 법정투쟁 방침을 밝혔다.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대변인은 『이같은 경우 검사가 기소하면 해당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포기토록 요청하는 것이 국무부의 오래된 관행』이라며 『그루지야대사관측에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에두아르트 세바르드나제 그루지야 대통령은 심심한 유감을 표시하고 사고를 저지른 외교관에 대한 「마땅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경상을 입고 조지타운대 병원에 입원한 뒤 하루만에 퇴원한 마하라제는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을 자세다. 그는 5일 유족에게 유감의 뜻을 밝히는 성명만 발표한 뒤 자택에 칩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과 일부 미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살인, 강간 등 중범죄의 경우에만이라도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제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 법조계의 중론은 해외에 나가있는 미국 외교관들의 권리보장을 위해서라도 상호주의에 바탕을 둔 면책특권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 국내에서 유사한 사건을 저지른 타국 외교관들이 면책특권의 포기를 거부하자 영구추방한 적이 있어 마하라제도 결국 비슷한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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