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적자가 사상 처음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경상적자는 230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역적자는 전년대비 2배, 경상적자는 2.6배 늘어난 것이다. 경상적자 230억달러는 미국에 이은 세계 두번째 규모로 지난해 우리는 세계 2대 적자국이 됐다. 국내 총생산 대비 경상적자 비율 4.7%는 석유파동 직후인 81년의 6.6%이래 15년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고 국제통화기금의 경고수준인 5%에 거의 육박하는 것이다.이런 여러가지 기록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95년 100억달러 지난해 230억달러 올해 180억∼200억달러(예상)로 단 3년 사이에 50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내게 됐다는 사실이다. 1,000억달러가 넘는 외채를 짊어진 나라가 이처럼 급격하게 적자를 확대 누적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누구보다 먼저 정부가 이같은 사태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경각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옛날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며 수출노력을 등한히 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방 자율체제하에서 무슨 수로 수입을 막겠느냐며 일체의 관리노력을 포기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 시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안일이고 무책임이다.
적자를 줄이고 외채를 감축시키는 방법은 수출증진과 수입감소외에 달리 왕도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정부부터가 수출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지 않으며 수입에서도 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종합상사와 대기업 등 재계에서도 고수익이 보장되는 수입에만 혈안이 돼있고 이문이 박하고 판매조건이 열악한 수출은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열의가 없어진 것이다.
반도체를 빼고 보면 수출증가율이 8.8%에 달하고 자동차 선박 컴퓨터 유류제품과 산업용전자 등은 54.8∼12.5%나 된다는 점, 미국 일본 유럽 등 대선진국 수출이 집중적으로 감소(5.9∼10%)했다는 점, 독특한 전략으로 이례적인 수출신장을 이룩한 그룹이 있다는 점 등은 아직도 수출노력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수입쪽도 원유 수입이 31.8%나 폭증했다는 점, 외제가 내수시장의 98%를 잠식하는 품목이 나오고 승용차 수입이 60%나 급증했다는 점, 불경기 타령 속에서도 전체 소비재 수입이 20.6%나 증가했다는 점 등은 에너지 절약과 소비건전화를 위해 한참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문제의식이다. 정부나 기업이나 일반 국민 모두가 적자와 외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고 흥청망청 놀고 쓰는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솔선해서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근검 절약과 저축과 수출과 투자를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수출에 대해서는 범국가적인 지원체제의 복원이 필요하다. WTO 체제하에서도 찾으면 방법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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