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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 “달라진 세상”/경찰서 신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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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 “달라진 세상”/경찰서 신풍속

입력
1997.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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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피의자 “빨리 끝내라” 배짱/전과자는 “밑져야 본전” 버티기/시간촉박 경찰 이래저래 피곤『부모님은 살아 계십니까. 월수입은 얼만가요. 친구관계는 원만합니까. 신원보증할 만한 분 있습니까』 4일 0시께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계. 형사 1명이 폭행혐의로 입건된 김모(40)씨에게 인적사항을 자세히 물은 뒤 전화로 주거지를 확인했다.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여부를 영장전담판사가 분명히 알 수 있게 조서를 꾸며야 하기 때문이다. 인적사항만 확인한 뒤 범죄사실을 캐물었던 예전과는 딴판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도 실시이후 주거지와 연락처, 직업 등을 술술 진술하면서 증명해 줄 수 있는 가족, 친구이름을 대는 피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빨리 조사를 끝내달라』고 재촉하는 「배짱파」와 시간에 쫓기는 경찰을 골탕먹이는 「버티기파」도 등장했다.

4일 새벽 1시30분 음주 추돌사고를 낸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입건된 윤모(26)씨는 『피해자와 합의할 의사가 없으니 보험회사와 상의해 알아서 처리하라』고 배짱을 부렸다. 버티기파는 주로 전과가 있는 경우로 판사의 심문을 받는 것이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한다. 형사들 사이에서는 「1도(도주) 2부(부인) 3백(배경)」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향토예비군법 위반 등 벌금형 정도의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은 영장제시를 요구하며 버틴다. 형사들은 『제발 서로 가서 조사를 받자』고 30∼40분동안 애걸해 임의동행하기도 한다. 매일 아침 사건담당 형사와 간부가 영장신청 대상피의자의 조사내용을 문구 하나하나까지 수정하고 36시간 내에 조서를 검찰에 보내기 위해 「초읽기 조사」를 하는 모습에서 이 제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김정곤·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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