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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의 춤 ‘명’/풍부하고 자연스런 안무 세계 수준(무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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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의 춤 ‘명’/풍부하고 자연스런 안무 세계 수준(무용평)

입력
1997.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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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은 기교면에서 특별히 예리한 감각을 지닌 안무가이다. 기교 속에 다시 기교가 숨어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섬세한 각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있다. 안무라는 것이 곧 움직임의 나열로 시작되기 때문에 독특한 동작을 찾아내는 단계에서부터 벽을 넘지 못하는 안무가들이 많은 현실에서 보자면 그는 행복함을 느껴도 될만큼 풍부한 어휘를 구사한다.안애순의 개인공연(96년 12월28∼29일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 작품 「명」은 빛을 따라 변화하는 무대 분위기와 함께 춤이 진행되는 구조로 그의 탁월한 어휘력을 발휘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성숙된 안무자가 아니면 실패하기 쉬운 단조로운 주제로 긴 시간의 작품을 집요하게 진행시키는 힘이 놀라웠고 우선은 그것 때문에 그가 전문가임이 확인됐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 생각되는 점은 작품 전개형식이 고전적이면서도 안애순의 고유한 숨결이 느껴진다는 사실로 「명」을 일반적인 정도를 깨친 이정표적 작품으로 보고 싶다.

「명」에서처럼 주제가 감정의 영역을 벗어난 경우 작품은 동작과 무대 분위기의 변화에 전적으로 의지하는데 솔로와 듀엣과 군무 등을 배열하고 연결하는 연출적 수준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안무가들과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러움으로 위장된 지독한 탐구의 결과로 보였고 고전적이라는 수식은 이런 의미에서 자랑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무미건조함 속의 잔 재미를 동작이나 조명처리로 섞어주면서 김희진에게는 관능미를, 정정아와 박호빈의 듀엣에서는 세련된 기교의 조화를, 이윤경과 고은희의 솔로에서는 폭발적인 힘을 요구했다. 이밖에 김은희 예효승 등 출연자 모두는 누구 하나 빠짐없이 화려한 기량을 보여 특별히 정제된 무대로 기억에 남는다. 암흑의 대비나 빛과 색채의 대비가 던져준 무대 이미지는 차가움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것이었고 춤의 성격에 따라 인간의 모든 감정들 역시 공존하고 있어 제목보다는 훨씬 폭넓은 느낌도 있었다.<문애령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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