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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구경 오세요/갤러리 사비나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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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구경 오세요/갤러리 사비나 26일까지

입력
1997.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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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화에서 소는 고향의 다른 이름, 혹은 설움의 상징어이다.갤러리 사비나(02―736―4371)가 26일까지 마련하는 신년특별 기획 「소」전에서는 현실 속에서의 다양한 소를 만나게 된다. 동양화 전통에서 소는 인간 친화적이고 서정적 정서를 가진 상징물. 득도에 이르는 과정은 불화 「십우도」로 나타나며, 조선시대 김홍도는 「목우도」 「군선도」를 통해 소와 인간의 유유자적한 모습을 그려냈다.

소의 움직임을 하도 지켜봐 소도둑으로 몰린 적도 있다는 화가 이중섭은 소의 근육과 뼈의 움직임을 빠른 필선으로 힘차게 나타낸 독보적 존재. 송혜수, 고석, 박상옥 등의 화가들도 암울한 일제시대, 소의 그림으로 우리 정서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에는 박성환 황영성 이종구 황용진 이영수 조강훈 황순칠 박충의 이홍원 김봉준 안창홍 오상욱 등 12명의 작가가 「오늘의 소」를 이야기한다.

황해도 해주 출신의 작가 박성환의 「귀향」에서는 소마차를 끄는 정감어린 모습이 토벽을 연상시키는 소박한 질감으로 표현되고 있다. 황영성의 「소 이야기」는 고향의 이미지들을 재구성해 표현해내는데 역시 소가 주요 모티브다.

소와 어린이는 그 천진함과 무구함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자주 그림의 소재가 된다. 정적 화면이 고요한 관조의 맛을 더하는 한국화가 이영수의 「소와 아이」, 발랄한 역동적 화면을 보여주는 이홍원의 「소와 소년들」은 같은 소재를 표현하는 두 작가의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김봉준의 「신심우도-소가 있었다」는 불화 「십우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명상적 분위기이다.

오늘날 농촌에서 서러운 짐승으로서의 소의 이미지는 이종구와 황순칠, 박충의, 황용진의 그림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정적 풍경이 아니라 치열한 삶이 있는 현장으로서의 농촌 풍경을 사실적 필치로 그려온 이종구의 「투사」에서는 우리 땅의 누렁이가 담담한 눈길을 보낸다.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우리네 마을을 주로 그려온 황순칠의 「인간과 자연」은 어려운 시대를 맞고 있는 사람과 소의 현실을 담담히 발언하고 있다.

그러나 우울한 현실은 힘찬 미래로 어려움을 잊게 된다. 역동적 모습의 소를 그린 「달리는 소」는 미래주의적 낙관이 보이고, 안창홍의 「인도의 기억」은 담담한 선 세계 속에서의 평온을 제안하고 있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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