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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부」의 매머드 대표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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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부」의 매머드 대표부(사설)

입력
1997.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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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임시국무회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표부 신설을 위한 외무부 직제개정안과 인사발령안을 의결함으로써 OECD대표부 개설작업이 사실상 완료됐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OECD대표부는 대사 및 외무부직원 9명과 재경원 5명, 통상산업부 등 12개 정부부처의 주재관 각 1명 등 총 26명으로 구성되는 매머드급이다. 이 수치는 일본(41명)에 이어 29개 회원국중 두번째 많은 인원이라고 한다.이로써 파리 한곳에만 주 프랑스대사관을 비롯, 유네스코 대표부와 이번에 문을 여는 OECD대표부 등 3개공관이 동시에 자리잡게 돼 총 70여명의 외교관 및 주재관이 근무하게 되는 셈이다.

OECD의 후발주자로서 선진정보를 다른 나라보다 한걸음 먼저 취득해서 새로운 세계질서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상당한 인력의 충원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설명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건이 허락하면 많은 수의 공무원들이 해외에 나가 선진질서와 제도를 배우는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바람직한 일이고 또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조직이란 적정인원이어야 가장 능률적이다. 인원이 많다고 해서 OECD내 위치가 하루 아침에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정부의 이번 결정이 좀 도가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이 정부가 내걸었던 「작은 정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우선 외형상으로봐도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18명의 직원을 상주시키고 있고 독일도 16명 뿐이다. 가뜩이나 작년 한해 경상적자만 230억달러에 외채총액이 1,000억달러를 초과함으로써 온 나라가 경제난 타결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판에 26명의 매머드 인원을 상주시키기로 한 정부의 조치는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결정이다.

정부가 입만 열면 고비용 저효율의 퇴치를 외쳤으나 한낱 구두선에 불과했음을 반증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고도 국가경쟁력을 10% 이상 높이겠다며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말장난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고작 인원수를 늘린 주요원인이 해당 부처인사의 숨통을 열어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또 이번 기회에 주재관 T/O를 확보하지 못하면 외국파견 인원 1명을 손해본다는 이유로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충원로비를 벌였다는 뒷얘기는 더욱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정부 스스로가 「고비용」에 앞장서고 있는 해괴한 형국이다.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는 스스로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공직사회만이라도 소수정예원칙을 솔선수범토록 함으로써 민간부문의 불요불급한 낭비요소를 막도록 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작금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차치하고라도 분명 이번 OECD대표부 인원파견 결정은 낭비적 요소가 많다. 적절한 재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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