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실탄 넘겨준뒤 신원확인도 않고 방심/범인에 30여분간 근무자 경계상황 설명도3일 밤 경기 화성군 해안소초에서 발생한 총기사취사건은 군장교가 신원확인도 하지 않고 소총과 실탄을 고스란히 넘겨준 어처구니없는 사고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특히 지난 해 9월 발생한 강릉 무장공비침투사태로 허술한 해안경계태세가 드러나 국민들의 불안감이 채 가라앉기 전에 연초부터 수도권 해안소초에서 소총과 실탄까지 사취당해 군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안소초까지 들어가 총기를 들고 나간 범인의 범행수법이 대담하긴 했지만 소초장 등 현장근무자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이번 사건은 도저히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해안초소나 소초에 소대장이나 중대장 등 계선지휘관이 아닌 영관급 장교가 심야에 혼자 순찰을 나와 현지에서 총기를 지급받아 가는 경우는 상식밖의 일이라는 것이 군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소초장 등 근무자들은 군복차림에 소령계급장을 단 범인이 『군단에 새로 전입 온 백모소령』이라며 부대상황을 잘 아는 듯 여러 사람의 이름을 대는 것에 감쪽같이 속아 30여분간 경계상황설명까지 했다. 또 범인이 순찰에 필요하다며 선임하사의 K2소총과 실탄 30발을 받아 달아난 뒤에도 4일 새벽 1시30분 순찰나온 중대장에 의해 사기극임이 밝혀질 때까지 2시간여 동안 신원확인은 커녕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소초장 남정훈 소위는 지난해 7월 부임해 부대적응은 이미 끝난 상태여서 방심이 사고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안부대의 경계태세도 문제다. 범인은 중대본부 위병소에서 『백소령인데 해안순찰을 하려 한다』며 위병들로부터 쉽게 암구호까지 알아낸 것으로 밝혀져 강릉 무장공비침투사태 이후에도 후방지역의 경계태세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군의 늑장 초동조치는 여전했다. 범인이 3일 밤 11시30분께 소총과 실탄을 받아 달아난 뒤 인근 서신면 송신면 남양면의 파출소에 수배통보가 된 시점은 4일 새벽 2시5분. 군당국은 범인이 자동차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어 군의 포위망에서는 훨씬 벗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군은 새벽 3시10분께 사단 전지역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경찰과 합동검문검색을 벌이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었다.
군수사당국은 범인이 사칭한 백소령이 현역장교로 확인되는 등 부대사정에 정통한 점으로 미루어 최근 전역자나 군내부자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연초부터 불안에 떨어야 했다.<송용회 기자>송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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