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씨 사면 현정권이 해야죠”/탈지역주의 인물이 후보돼야/영남배제론은 오해,TK표가 대선승부 좌우/경선규정 완화 필요,‘5년단임’ 여론 알아봐야□대담=조명구 차장
―2∼3월에 가서 대선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앞으로 당내외에 어떤 변화가 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야당의 후보 단일화와 당내 경선 과정이 어떻게 될지 3∼4월이 되면 대충 윤곽이 잡힐 것입니다. 그때가서 내가 나서든지 아니면 누굴 선택해서 정권 재창출을 할 것인지 결심할 것입니다.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안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자꾸 킹메이커로만 만들려고 합니까.(웃음) 그리고 내가 지난해 얘기했던 것은 「영남배제론」이 아닙니다. 적어도 그 시점에서는 대구·경북(TK)출신이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의미 입니다』
―신한국당의 대선 전략상 영남후보와 비영남후보중 어느 쪽이 유리합니까.
『군사정권이 종식됐고 이제 문민정부에 남은 과제는 지역분할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영남사람들이 40여년간 집권하겠다면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영남사람으로 정권창출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남출신이 아닌 후보를 통해 정권창출이 더 용이하다면 그런 사람을 내세울 수도 있다고 말 한 것인데 자꾸 오해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지난 대선때 대구·경북지역 인사들이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권력을 내놓았습니다. 이번에도 영남정권을 창출할 수 있으면 하되 안된다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뜻 입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여권의 대선후보가 돼야한다고 생각합니까.
『우선 지역분할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또 도덕성을 갖추고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지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제도적인 개혁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국가경영마인드도 갖추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정치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당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선후보 「민주계 배제론」에 공감합니까.
『민주계배제론이 나오면 민정계 배제론도 나옵니다. 특정세력을 배제하자는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내에 이를 초월할 수 있는 인물이 있느냐 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 다릅니다. 여론조사에서 당내인사보다 영입인사가 더 앞서고 있다는 점이 우리의 고민입니다』
―경선과정에서 대통령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당총재로 당원이기는 하지만 특정인사를 지명·추천하는 등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출한다면 경선이 공정하게 진행되겠습니까. 공정하지 않으면 후보들이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당력을 결집할 수 있는 강한 후보를 만들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경선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사를 발표하지 않는게 바람직합니다. 대통령이 그렇게 할 것으로 믿습니다』
―경선시기는 언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14대 대선때는 3당통합을 했기 때문에 일찍이 후보를 선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7월말이나 8월초쯤 후보를 선정해서 4개월이나 4개월 반가량 선거운동을 하면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선거자금도 부족하지 않습니까』
―당내 경선규정에 대한 견해는.
『후보등록관련 규제조항을 폐지하기 보다는 완화하는 것이 좋을 것 입니다. 현행규정은 후보등록 하기가 까다롭습니다. 8개 시·도에서 고루 50명이상의 대의원 추천을 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5개 시·도에서 20여명 이상 추천을 받도록 완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김고문의 『공직경험도 검증절차가 된다』는 언급이 총리를 지낸 이회창 고문에 대해 우호적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공직경험에 이홍구 대표는 해당 안되나요. 이회창 고문만 거론되는 것이 우스워요. 이고문의 「더러운 정쟁」발언에 대해서는 오히려 비판했습니다. 반드시 선출직을 거쳐야만 검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당내 대권주자들과 두루 만났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습니까.
『이번에 한번 나서보겠으니 내가 안나설 경우 도와달라고 얘기 하더군요』
―여권후보와 김종필 총재와의 연대가 가능하다고 보는지요.
『지금은 뭐라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하는 것이 정치 아닙니까. 그리고 여권에서 누가 후보가 될지, 야권후보 단일화문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습니까』
―현행 대통령 5년단임제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또 4년중임제와 내각제중 어떤 제도를 지지합니까.
『다음 대통령은 현행 5년단임제가 언제까지 가야하는지 국민의 뜻을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임제는 정권교체 등의 장점도 있지만 중간에 신임을 묻는 절차가 없어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현행헌법은 문민정부 과도기에 이뤄진 정치적 타협의 산물입니다. 나를 내각제론자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대구·경북이 대선의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지요.
『이번 대선도 TK지역 표를 얼마나 얻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것입니다. TK가 직접 정권창출을 하든, 다른 후보를 선택해서 하든 TK의 결속이 정권창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계파를 초월해서 정권창출에 결정적 역할을 해야 TK몫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현정권 탄생의 1등공신임에도 불구하고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현정부에서 당대표와 사무총장, 정무장관을 지냈는데 그만하면 상당히 배려했다고 생각 해야지요(웃음)』
―현정권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통령이 과감한 개혁드라이브를 하지 않으면 누가 개혁하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이제부터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제도적 개혁을 마무리 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와 당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사면문제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2심이 마무리됐으니 4∼5월에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뒤 두 전직대통령을 사면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7∼8월에 각당의 대선후보가 나오면 전직 대통령 처리와 예우를 법제화하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뭔가 약속할 것입니다. 현 대통령이 그것을 취합해 최대공약수를 찾아 전직대통령을 사면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전직대통령 사면이 대선전략상 유리하다고 생각합니까.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유·불리를 떠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진실을 밝히고 부정축재에 대해 벌을 주었으니까 이제는 사면하는게 좋습니다. 14대 대선때도 모두가 과거를 밝히면 용서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두 전직대통령을 면회할 계획은.
『인간적인 고뇌를 느꼈지만 주변에서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면회를 가지 않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형이 확정되면 찾아뵐 생각입니다』<정리=김광덕 기자>정리=김광덕>
◎허주의 캠프/‘21세기정책연’ 이사진 막강/경제·언론계도 폭넓은 인맥
신한국당 김윤환 고문은 사람 만나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정치인이다. 친화력이야말로 「허주(김 고문의 아호)정치」의 트레이드 마크다.
신한국당내에 무슨 계보가 있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구민정계의 혈맥을 잇는 「허주계」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기 힘들다.
김고문의 인맥은 보수색채가 강한 친여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당연히 출신지역인 대구·경북출신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다.
김고문의 베이스캠프는 여의도 한서빌딩의 「21세기 정책 연구원」. 91년 김고문이 민자당 사무총장이던 시절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린나이코리아 회장인 강성모 전 의원이 이사장을, 서상목 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다.
이상득 정책위의장과 신경식 정무1장관, 박희태 양정규 김중위 김진재 유흥수 이해구 변정일 강재섭 장영철 김종하 하순봉 이응선 나오연 박세환 이신행 의원 등 30명의 신한국당소속 의원이 이사진에 포진돼 있다. 또 최근 신한국당 중앙당 후원회장으로 선출된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 김기배 이환의 조경목 이재환 남재두 전 의원 등도 이사이다. 연구원에는 김용환 부원장과 신한국당 당료출신의 박헌주 보좌역, 양원석 연구실장, 장정술 비서관 등이 상주한다. 김고문의 핵심브레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윤원중 의원. 당 기조국장출신의 윤의원은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있을 때 김고문이 신한국당 대표를 맡자 자리를 옮겨 그를 보좌했다. 김고문의 두터운 외곽인맥은 역시 TK(대구·경북)출신 인사들.
경북고 동기인 권오기 통일부총리 정소영 전 농수산부장관 정춘택 전 산업은행 총재 김상호 농심데이터시스템 사장 등과는 친분이 두텁다. 서동권 전 안기부장 정해창 전 법무 서영택 전 건설 이수정 전 문화 사공일 전 재무장관 등은 고교후배들.
재계인사로는 김준성 이수그룹 회장 정수창 연강재단 이사 김만제 포철 회장 등과 가깝고, 언론계인사로는 손주환 서울신문 사장과 자주 만난다. 학계인사는 구본호 울산대 총장 윤정석(중앙대) 곽수일(서울대) 교수 등과 가깝고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와도 교분이 있다.
◎대선 포인트/보수계주자의 대세타기 관심
신한국당 김윤환 고문의 정치 생명력은 끈질기다.
10대 유정회소속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5·6공과 현정권에 걸쳐 당정 요직을 두루 지낸 화려한 경력이 이를 말해준다. 특히 5·6공 말기에는 새정권 탄생에 기여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고문의 왕성한 정치생명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친화력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정치역량을 발휘해 왔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지나치게 대세에 민감한 양지지향적이란 혹평도 뒤따른다.
하지만 빈배라는 뜻의 허주라는 아호가 말해주듯이 김고문은 자기중심의 정치상황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공격형의 정치인이 아니다. 이보다는 상황인식에 충실하는 수비형의 정치인이란 평가가 적절하다. 여권의 후보 경쟁과정에서 김고문의 일탈가능성을 적게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고문은 자신이 보수혈통의 정치인맥을 향도해온 장본인이라고 주장하며 스스로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10대 국회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줄곧 여권에 몸담아 온 「희소가치」를 결코 간과하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다. TK(대구·경북)지역을 배수진으로 발언권을 행사해온 김고문의 정치적 영향력을 재단하기란 그래서 쉽지가 않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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