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문 ‘평이’ 질문 ‘명료’ 창의성이 관건/논리구성·사례제시능력도 중점/‘교사 경어사용’ 등 시사문제 늘어3일 서울대가 대학별 논술고사를 치름에 따라 주요 대학의 논술이 거의 끝났다. 97학년도 논술은 지난 해보다 훨씬 쉬워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시문이 평이하고 질문이 명료해 수험생들이 문제 자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가 쉬웠던 만큼 답을 창의적으로 작성하는 능력이 성적차이를 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논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제시문의 내용이나 소재가 지난 해에 비해 훨씬 알기 쉬웠다는 것.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 집단구획의식에 대한 난해한 글을 제시했으나 올해에는 청소년들이 많이 읽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가운데 일부를 제시문으로 선택했다. 제시문에는 어려운 문장이나 단어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아 수험생들이 표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장애가 거의 없었다.
연세대는 국내에 소개된 영화 「브레이드 러너」를 소재로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역설한 글을 인문계 2번 문제의 제시문으로 활용해 이해가 쉽도록 했다. 고려대도 공통문제에서 한 사람은 중용을 권유하고 다른 사람은 이에 반대하는 알기 쉬운 대화를 제시문으로 냈다.
질문도 단순명료해 졌다. 연세대는 지난 해 인문계 1번 문제에서 혼돈의 긍정적 측면을 논술케 하는 난해한 출제를 했지만 올해는 유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도록 하는 자연계 1번 문제를 비롯해 질문이 직접적이었다. 고려대는 지난 해 예술적 감성과 사회적 환경이라는 상당히 복잡한 주제가 공통문제의 논제로 나왔지만 이번에는 인문계 문제로 고전 재창조의 이유와 의미, 자연계 문제로 이상화모델의 필요성이 나와 요구내용이 단순했다.
지난해 「연회도명문수점」설화에 나타난 삶의 태도를 쓰는 공통문제를 내 『선문답같다』는 평을 받았던 서강대도 올해는 탈북자의 재정지원 정책에 대해 논술하라는 공통문제를 내는 등 질문을 쉽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수험생들이 연습을 많이 해 적응력이 높은 시사문제가 논술로 많이 출제된 것도 이번 논술이 쉽게 느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대표적인 시사문제로는 이화여대 인문계의 교사 경어사용 문제, 경희대의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문제 등이 있다.
문제가 쉬워짐에 따라 창조적 답안의 중요성은 매우 높아졌다. 같은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경우라 하더라도 어떻게 논리를 구성하고 사례를 들어 설득해 내느냐가 고득점의 관건인 것이다. 논술참고서나 신문사설에서 본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쓴 답안은 이번 논술에서는 점수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맞춤법과 적절한 어휘의 사용도 같은 이유에서 지난 해보다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 같다.<이은호 기자>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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