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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에게 바란다/한완상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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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에게 바란다/한완상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아침을 열며)

입력
1997.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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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정축년은 대선을 통해 대길을 민족에게 가져다 주는 기쁨의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이런 마음에서 21세기 조국을 평화와 번영으로 이끌 대통령이 되기 위해 줄달음칠 분들에게 몇가지 주문을 하고 싶다.먼저 한국대통령의 자리가 어마어마한 자리임을 깨달아 주기 바란다. 전직 대통령들이 거의 다 외롭고 괴로운 삶을 살았거나 지금도 비극적인 삶을 살고있는 것은 무시무시하리만큼 막중한 직분의 무게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80년 취임 당시 기업으로부터 돈을 안받았더니 경제가 불안해지는 등 부작용이 있었습니다』라는 망발을 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자리가 바로 대통령자리다. 왕권에 못지 않은, 아니 그것보다 더 큰 권력의 자리다. 사관과 간관의 제도도 없는 엄청난 힘의 자리다. 그러기에 대선주자들은 자기가 잡으려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무시무시한 자리, 참으로 고독한 자리, 그것도 비극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뚜렷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여러 도덕적 자질도 필요하다. 정직 경륜 정의감 결단력 등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21세기의 뜻을 통찰하는 역사의식이다. 정치인의 역사의식이란 원래 과거와 미래를 거울삼아 민족의 안녕과 평화와 번영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다.

첫째, 과거를 거울삼아야 한다. 지난 날 자기 행적에 부끄러움이 있으면, 그것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용기가 있어야한다. 지난 날 자기들이 중요한 자리에서 모셨던 분들이 오늘에 와서 역사적 심판이나 사법적 심판을 받고 있다면, 그는 마땅히 사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맹자의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것은 정치인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자기관리다. 자기관리도 못하면서 역사관리를 할 수 없다.

둘째로 미래를 거울삼아야 한다. 이것 또한 적어도 두가지 비전을 가져야함을 뜻한다. 하나는 다가오는 21세기가 디지털혁명의 일상화가 이뤄지는 시기인만큼 정보통신혁명이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상과 사회구조상에 대한 총체적 인식이 있어야 한다. 정보사회는 타율적이고 동질적인 대중이 주인일 수 없다. 주인은 자율적 선택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성있는 시민이다. 순종하는 대중이 아니라 대꾸하는 네티즌이다. 이같이 창발적이고 개성있는 시민들이 급증할 것이다. 위로부터의 통제보다는 아래로부터의 관리가 더 적절해질 새로운 환경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른다는 의미를 체득한 사람이라야 조국을 이끌 수 있다.

미래를 거울 삼는 또다른 자세는 냉전 고도인 한반도를 탈냉전화하면서 엄청나게 지불하고 있는 냉전유지비용을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책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비전을 지녀야 한다. 저효율 고비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제의 활로를 트기 위해서라도, 냉전유지비용과 분단고착화비용을 과감하게 재조정해야 한다. 이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것이다.

국가 지도자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은 당면한 상황의 즉각적인 대응에만 골몰하기 쉬운 점이다. 상황적 승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소탐대실하거나 중리경의의 결과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전투에는 이기고도 전쟁에는 지는 비극을 아프게 겪게 될 것이다. 대선에 임하는 분들은 특수상황들을 뛰어넘는 큰 안목, 곧 비전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 비전은 바로 역사의식에서 나온다.

비전없는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는 상황에 따라 표류하다가 마침내 후진국으로 떨어지기 쉽다. 이제 평화와 번영의 21세기로 우리를 이끌어 줄 분들이 치열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당당하게 국민 앞에 나서주기 바란다. 눈치를 보거나 상황에 따른 변신만을 일삼는 분들은 자제해 주는 것이 민족과 나라에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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