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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세계패션 흐름은/여 ‘에비타’처럼 남 ‘비틀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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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세계패션 흐름은/여 ‘에비타’처럼 남 ‘비틀스’처럼

입력
1997.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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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실용적 미니멀리즘 탈피/라틴음악같은 화사한 부드러운 원색과 시스루의 ‘낭만적’ 물결/‘보수적 기성세대를 거부한다’/60∼70년대 그들의 록음악같은/타이트한 ‘모즈룩’에 섹시함 담아97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패션과 대중음악의 상호영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남성패션은 록의 영향을, 여성패션은 라틴음악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될 전망이다. 남성복은 단순하고 가벼운 60∼70년대 모즈스타일을 앞세운 영국적인 요소가 강한 반면, 여성복은 40∼50년대 보사노바 마카레나음악의 탄생지 남미의 낭만적인 요소가 강하게 담기게 된다. 여성복에서는 최근 개봉된 영화 「에비타」로 에비타룩까지 가세, 라틴적인 낭만이 한층 활기를 띠게 되었다.

97년도 세계 여성패션의 최대 이슈 로맨티시즘의 부활에 결정적 촉매역을 한 것은 마돈나라는 메가톤급 엔터테이너를 앞세운 영화 「에비타」이다. 보사노바 마카레나의 라틴음악에 이어 영화 「에비타」가 탄생시킨 에비타패션은 로맨티시즘을 제안하고 조마조마했던 패션계에 큰 힘을 보태주었다. 흰 얼굴에 빨간 입술, 웨이브진 올린 머리, 사치스런 깃털과 보석치장, 허리가 잘록한 스커트 등 에바 페론의 스타일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자칫 솔바람으로 스러질 수 있었던 낭만적인 패션이 태풍으로 바뀌었다.

’97춘하 컬렉션의 제안은 패션계로서는 사실 일대 도박같은 모험이었다. 다채로운 색상의 옷으로 새로운 멋내기와 판매를 유도해보려던 96년의 시도가 별 반응을 얻지 못하자 97년 새로운 활로로 모색한 것이 바로 낭만적인 무드로 유혹하기였다. 패션쇼 무대를 뒤덮은 화사한 색의 꽃무늬 원피스들과 안이 비쳐보이는 살랑이는 시스루의 드레스, 나풀거리는 주름장식과 레이스 등은 수년간 패션계를 움직인 미니멀리즘이란 물길을 순식간에 뒤바꾼 「쿠데타적 이변」이었다.

단순함의 미학과 실용주의로 일관해온 패션계가 돌연 낭만적인 달콤한 꿈길로 노선을 바꾼 배경에 대한 분석도 분분했었다. 「판매 침체를 벗어나보려는 패션업계의 공모」 「미니멀리즘에 대한 식상」 등등. 새로운 흐름 낭만주의는 패션 리더며 주소비층인 커리어 우먼들로부터 과연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제기시켰다. 그러나 대중음악계에 떠오르기 시작한 흥겹고 빠른 템포의 라틴음악과 마침 터져나온 에비타룩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면서 관심을 잡아 끄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기성복업체들은 『단순한 단색재킷에 꽃무늬 원피스를 받쳐 입는 식으로 낭만적인 멋을 적당히 가미하는 선에서 부분적으로 새로운 유행을 받아들이며 단시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 그러나 지난해보다 옷 색상이 한결 다채로워질 것은 확실해졌다.

97년에는 모즈룩(Mod’s Look)이 남성복 패션을 장악한다.

모즈룩은 「Let It Be」가 대중의 귀를 파고 들던 지난 60년대에 비틀스가 즐기던 대표적 패션스타일이다. 지난해 파리컬렉션 밀라노컬렉션에서 스트리트패션과 합쳐져 현대화한 모즈룩이 발표돼 이미 모즈룩의 유행은 예고되었었다. 국내서도 「폴 스미스」 「인터메조」 「지오지아」 등 기존 브랜드뿐 아니라 올봄 출범하는 「모리스 커밍 홈」 「비비 앤 폴」 등 새 브랜드들이 남성복의 가장 강력한 트렌드로 모즈룩을 내세우고 있다.

「모즈」는 모더니즘의 약칭으로 64년 영국 카너비가에서 발흥한, 음악과 패션을 즐기고 보수적 전통과 획일성에 반항한 젊은세대와 그들의 옷차림을 통칭한다. 비틀스의 깔끔한 록음악처럼 몸에 꼭 맞고 감각적이며 진보적인 것이 특징이었다. 이 모즈가 90년대 세계 패션의 거대한 흐름인 복고주의, 또 국내서 새롭게 관심을 끌고있는 모던 록의 활기와 맞물려, 올해는 한층 세련되고 섹시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스타일로 선보이는 것이다.

모즈룩은 그 실루엣을 「남성복의 여성복화」로 단순화할 수 있다. 재킷은 어깨가 좁고 허리선은 잘록하게 들어가 역삼각형의 섹시한 상체를 드러낸다. 골반에 걸쳐입는 바지는 허벅지는 꼭 맞고 아래로 내려갈 수록 통이 좁아져 복사뼈 바로 아래서 끊어진다. 여성복의 슬림&피트가 그대로 적용된다.

소재는 주로 부드럽고 광택있는 합성소재. 레이스도 쓰인다. 화려한 꽃무늬나 체크무늬, 프린트가 들어가기도 한다. 색상은 비비드의 대담함이나 파스텔의 달콤함이 선호된다.

패션가에서는 모즈룩의 강세를 「이제 남성도 여성만큼 성적인 대상이 되고있으며 더이상 이를 숨길 필요가 없음을 남성들 스스로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복식사적으로는 「96년을 고비로 막을 내린 캐주얼시대에 대한 반작용, 불경기의 침울함을 좋았던 옛시절에 대한 회상과 재미있는 옷입기를 통해 해소해보려는 열망」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해석이 어떻든 모즈룩은 이제 남성상에 작은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박희자·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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