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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수출국’ 일본 우리에겐 멀게만…/박영기(특파원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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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수출국’ 일본 우리에겐 멀게만…/박영기(특파원 수첩)

입력
1997.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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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부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비와(비파)호는 연간 32종, 5만마리에 이르는 새들이 찾아오는 등 장관을 과시하는 국정공원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이곳에는 한해 약 3,300만명의 관광객이 모여든다. 이 비와호는 현재 시가(자하)현 주민들로부터 가장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고 있지만 한때 호수로서의 생명을 잃어버릴뻔한 적이 있다.67년 비와호의 물이 썩어 들어가 적조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교토(경도), 나라(나량) 등을 포함한 긴키(근기)지방의 1,300여만명에게 식수원이던 비와호의 적조현상은 심각한 재앙이 아닐 수 없었다.

주민들의 비와호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이때부터 본격화했으며 30년이 지난 현재 비와호는 일본에서 가장 깨끗한 수질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호수로 거듭 태어났다. 특히 주민들의 노력은 세계 최초로 합성세제 사용을 규제하는 「비와호 부영양화 방지에 관한 조례」(일명 합성세제조례)라는 신조례를 태어나게 했다. 84년에는 일본 정부가 「호수 수질 보존 특별법」을 제정케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조례제정보다 주민들의 끈질긴 노력이 더욱 돋보였다. 당시 수질오염의 원인을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라고 믿은 주민들은 집안에서부터 부영양화의 원인 제거에 나섰다. 부영양화의 주원인이 질소, 인 등이었으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 합성세제 사용 억제 운동을 벌였다. 오염은 점차 줄기 시작, 87년부터 비와호의 적조현상은 현저하게 저하했다. 맑은 호수로 돌아온 지금도 주민과 당국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한때 「공해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지녔던 일본이 「환경수출국」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자각과 노력 덕이다. 일본은 60년대 고도성장시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공해사건을 많이 겪었다. 「공해」라는 단어의 발원지였던 일본이지만 이제 그같은 어휘는 주민의 협조로 사라진 지가 오래다.

일본에서는 벌써 법률로 공해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공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단계로 인식이 바뀌었다. 환경문제란 결국 기업이나 개인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는 결론하에 공해발생 단계에서 주민들의 감소 노력과 감시가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환경오염은 지나치다고 여겨지지만 아직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주거문제에 환경을 우선시하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는 있지만 한국인들의 환경의식은 아직까지 선진적이고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처럼 민간단체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경우도 적다. 낙동강과 영산강의 식수오염, 시화호 오염사건 등 환경문제가 우리를 뒤덮고 있는데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서 보는 환경문제는 아직도 한국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도 언제쯤이면 환경수출국이라고 외쳐도 될 것인가.<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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