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러시아·중국 등서 우리기업이 가꾸는 광활한 농축산단지/총면적 7억평 여의도 800배/농산물 완전개방 대비/식량안보 ‘해결사’ 기대국내 기업의 해외 농업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의 「한국땅」에서 우리손으로 재배한 곡물과 육류가 각 가정의 식탁에 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 몇년후면 호주산 쇠고기와 중국산 돼지고기, 남미산 쌀, 러시아산 콩 등 국내 기업이 생산한 농축산물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국내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지난해말 현재 호주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 농축산단지를 운영하고 있거나 상대국 정부 및 기업과 계약 또는 합의한 국내기업은 모두 7개로 전체 면적이 24만2,000㏊(약 7억 2,600만평)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의 800여배, 남한 면적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땅이 곧 우리의 농토가 되는 셈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식량 자립기반 확보를 겨냥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방침과 맞물려 앞으로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해외 부동산 투기가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 때문에 해외 농업투자를 주저해 왔으나 이제는 정부의 지원 아래 해외 농업투자를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산한 곡물과 육류는 국내 농산물 시장의 개방폭이 좁아 주로 현지에서 판매되거나 제3국에 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앞으로 5∼10년이면 국내 농산물시장의 전면개방이 불가피해 국내 반입도 시간문제다.
해외 농축산단지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은 것은 대륙개발이 92년 중국 헤이룽장(흑룡강)성 푸진(부금)시에 928만달러를 투자해 조성한 1억1,400만평의 두흥농업개발지구이다. 대륙개발은 그동안 한꺼번에 막대한 자본금을 쏟아 부은 탓에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으나 95년부터 중국의 곡물수요 증가와 함께 콩과 밀의 가격이 올라 채산성이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2000년이 지나야 투자비용을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곡물업계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고합물산이 95년 연해주와 아무르주에 370만달러를 들여 러시아기업과 합작설립한 프림코·코러스 농장은 5,650만평에 콩 보리 밀 등 곡물과 1,900두의 젖소를 함께 키우는 복합영농을 하고 있다. 이들 두 농장은 지난해 1만4,200톤의 곡물을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했다.
고합물산은 앞으로 경지면적을 매년 2배씩 늘려 99년까지 3억평을 확보하고 생산되는 콩의 일부를 가공용이나 콩나물용으로 국내에 반입할 계획이다. 고합은 95년말 콩 800톤을 가공용으로 들여 오려 했으나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돼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7월 매입, 운영하고 있는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주 윌로트리의 와라목장은 1,730만평의 초원에 비육우 4,000두를 방목해 현지시장에 팔고 있으며 98년까지 초지를 1억평, 사육두수를 1만두로 늘릴 예정이다.
이와함께 세모가 95년 11월 러시아 당국과 연해주에 농장설립을 위한 1차 계약을 했고 한일합섬도 같은해 연해주 농장조성 의향서를 러시아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이밖에 윤성과 한성이 각각 95년 10월과 96년 초 중국정부와 네이멍구(내몽고) 자치구에 1억1,000만평과 2,100만평의 농축산단지를 합작설립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교환했다.
해외 농축산단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생산비용이 낮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유상표 부착을 통한 차별화로 날로 고급화, 다양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기업측의 기대다. 다만 농업의 특성상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길고 날씨 등 불가항력적 요인에 따라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 등이 변수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익성을 기준으로 한 기업측의 시각일 뿐이다.
해외 농업단지 개발의 보다 중요한 의미는 농산물 시장의 완전개방에 따른 국내 농업의 고사 가능성에 대비한 식량안보적 성격에 있다. 우리 농업이 시장개방의 와중에서 자급능력을 상실할 경우 국제 곡물 메이저들의 농간을 막고 안정적 식량공급을 유지하는 방법은 해외생산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해외 농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자금과 세제상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WTO체제 아래서는 어떤 농산물을 수입하든 국제입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해외생산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들여 오기는 어렵다. 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상 무턱대고 국내시장에의 저가판매를 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국내 식량상황이 악화하면 팔이 안으로 굽듯 결국은 해외 농산단지가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윌로트리(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주)="유성식" 기자>윌로트리(호주>
◎호주의 ‘한국 숲’ 한솔조림지/2만㏊서 솟아오르는 600만그루 유칼립투스/심은지 10년째 되는 2003년부터 벌목 가능/연 1,500만불 수익 기대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콜리에 자리잡은 한솔 조림지는 거대한 나무바다다. 줄을 맞추어 심어진 활엽수 유칼립투스가 사방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져 있다.
수십만리 떨어진 낯선 이국땅에서 600만 그루의 「우리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고 있다. 나무를 심기 시작한 지 3년만에 참한 「한국의 숲」하나가 태어난 것이다. 주도 퍼스에서 통킨 고속도로를 타고 200㎞가량 남쪽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숲에 둘러싸인 인구 8,000명의 작은 마을 콜리에 이른다. 한솔제지 자회사인 한솔포렘이 93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2만㏊(6,000만평) 규모의 조림지는 얼마 안 있어 콜리의 명물이 될 것이다.
한솔이 호주 현지조림사업에 뛰어든 것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목재 공급기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 국내 목재 수요의 85%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처지에서 해외 조림사업은 자원경쟁에 대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한솔은 93년 콜리의 쿨랑가타 지역 150여만평에 63만5,000그루의 유칼립투스 묘목을 심은데 이어 94년 300여만평, 95년 300여만평, 96년 670여만평의 조림지를 잇달아 조성했다. 좌우 4m, 2m간격으로 묘목을 심어 1㏊당 1,250그루, 현재까지 모두 600만 그루를 심었다.
묘목은 1년에 3m씩 자라 심은지 10년이 지나는 2003년부터는 벌목이 가능해 진다. 성장속도가 한국의 5배에 이르는 무서운 빠르기다. 더욱이 나무를 베어 낸 자리에서 다시 싹이 자라 10년후 또 한번의 벌목이 가능하다. 벌목한 유칼립투스 나무는 펄프용 칩으로 잘게 부숴 한국으로 보낼 예정이다.
천혜의 자연조건이어서 수익성도 괜찮다. 한솔조림지의 현지책임자 이동호(31) 대리는 『2003년부터 20년간 매년 600만평에서 50만㎥의 나무를 벌목해 1㎥당 30달러, 연간 1,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며 『현재까지 60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앞으로 6,000만 달러를 더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조림지의 소유권은 호주 산림청이 갖고 있지만 그땅에서 자라는 나무는 우리 한국의 나무』라며 『우리 국토를 확장한다는 마음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나무심기는 비교적 간단하다. 땅을 갈아 엎어 굵은 이랑이 생기면 제초제를 뿌리고 50㎜이상의 비가 오기를 기다려 비온 뒤 20일 후부터 기계로 묘목을 심는다. 「포티푸키」라는 이름의 굴착 파이프를 땅에 박아 묘목을 집어 넣은 뒤 파이프를 빼내고 발로 몇번 밟아 주면 나무심기는 끝난다. 한사람이 하루 3,000여 그루를 심을 수 있다.
조림사업은 1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12월과 1월 사이에 묘판에 파종하고 3, 4월에 조림지를 구획·정리한 뒤 5, 6월 제초작업을 거쳐 한겨울인 7월에 집중적으로 묘목을 심는다. 나무를 심은지 두달 뒤에 한차례 거름을 주면 기본적인 조림작업은 끝난다. 조림작업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산림청 직원 12명에 위탁하고 있다.
한솔은 이곳에서의 조림경험을 살려 지난해초 뉴질랜드 북섬 중동부해안 기스본지역에 1만㏊규모의 침엽수 조림에 들어 갔다. 원목재료인 라디아타소나무가 주수종인데 벌채까지 30년이 소요되는 장기 조림사업이다.
우리나라의 해외조림사업은 한솔제지에 그치지 않는다.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등 대양주 지역에는 한솔포렘을 비롯한 7개 업체가 1억7,136만8,000달러를 투자, 21억 8,000여만평의 삼림과 3,600여만평의 조림지를 개발중이다. 중국과 동남아, 남미 등에도 현대 대우 선경 등 30여개 기업이 진출해 185억여평의 삼림과 약 3억9,000만평의 조림지를 개발하고 있다.<콜리(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배성규" 기자>콜리(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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