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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평론가 경력 남편도 시인/희곡 당선 장성희씨/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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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평론가 경력 남편도 시인/희곡 당선 장성희씨/신춘문예

입력
1997.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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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부문 당선자인 장성희(32)씨는 문인 가정을 이루고 있다. 92년 등단한 시인 반칠환씨가 남편이고, 본인도 93년부터 연극 평론가로 활동해왔다. 그가 다시 희곡에 몰두한 것은 연극을 사랑하면서도 완전한 연극 식구가 아니라는 일종의 외로움 때문이었다.『평을 하다보면 우리 연극 현장의 열악함을 종종 무시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미안하기도 하고, 겉돌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제 작가로 모습을 바꾸었으니 그 어려움에 자신있게 동참할 각오입니다』

연극계에 자신의 이름이 잘 알려져있어 혹 심사에 영향을 줄까봐 장씨는 어머니 이우경씨의 이름으로 응모했고 당선이 결정된 뒤 사정을 털어놓았다.

「판도라의 상자」는 지하철역 물품보관박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작품. 여전히 남아있는 분단의 상흔과 소외된 채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 서민의 아픔을 간결하고 진하게 그렸다. 분단은 작가가 오랫동안 다루고 싶었던 소재로 장막극도 구상중이다.<권오현 기자>

◎당선소감/“진정한 연극인 거듭나는 계기”

어느 자리엘 가도 망설임 없이 주눅들지 않고 「연극을 공부한다」고 말해본적이 없다. 나 자신 신명이 과한 광대의 업을 타고나지도 못했거니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다가 본격 문학(?)이 아닌 연극을 해보겠다고 전향한 죄의식이 슬며시 자리잡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글쓰는 동네에 가면 괜히 불편해하고, 연극동네에 돌아오면 책상머리에 앉아 현장의 힘든 현실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는 자책으로 자꾸 헛돌았다. 이제 막연한 방황은 그치고, 오직 하나의 화두를 붙잡아 직시하기 위하여 내 안으로 깊숙이 잠행해야겠다.

이 땅에 여전히 본격문학이 아닌 변방의 글쓰기, 아니 어쩌면 문학의 그물망을 유유히 빠져 사라지고 마는 희곡을 어떻게 본격적으로 해나가야 할지를 궁리하면서….

자꾸만 먼길을 도는 딸을 믿고 지켜봐 주신 부모님, 동료들, 삼천배를 드린다해도 못 갚을 은사님들의 가르침, 그리고 항상 내 글의 첫 번째 독자였으며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눈을 틔워준 남편에게 마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님, 한국일보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심사평/등장인물 성격창조·작품 구성력 탁월

응모작 대부분이 희극적 글쓰기를 시도한 것이었다. 동시대인들의 수용미학을 감안한 글쓰기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이해된다. 전체적으로 응모자들의 사실적인 언어감각도 예년에 비해 잘 다듬어진 느낌이다. 인생을 강박보다는 유머로써 촌평하려는 태도 역시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삶에 대한 담론에 깊이와 무게가 실려있지 않은 공통적인 결함이 발견되었다.

심사위원들은 특히 세작품에 주목했다. 고성일의 「열려 가는 날」은 극의 영화적인 구성과 효과적인 무대공간의 사용, 구체적인 성격 창조력 등이 돋보였다.

그러나 소외된 두 남녀가 각각 그동안 살아온 삶을 정리하는 극의 결정적인 반전에 정당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웠다. 마미성의 「총알택시」는 무대와 극적 상황의 설정이 매우 흥미로웠으나 인생에 대한 해석과 사회비판적 시각이 부족했다.

장성희의 「판도라의 상자」는 지하철 만남의 장소에서 물품보관함에 보관된 물품의 위치가 바뀜으로써 벌어지는 여러가지 해프닝들을 통일된 틀안에서 구성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인물들을 사실적이며 동시에 시적으로 압축해내는 성격 창조력도 뛰어났다.

분단의 상처, 도덕의 상실, 권력의 폭력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질환들에 대해 작가적 관심이 극예술적으로 잘 형상화했다. 그래서 두 심사위원은 참으로 기쁘게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많은 정진이 있기를 기대한다.<심사위원=윤조병 김윤철>

□약력

▲65년 강원 영월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동 대학 원 연극학과 졸업

▲93년 월간 객석 예음상 연극 평론 부문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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