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재 만들며 10년간 글 써와동시부문 당선자인 한계령(본명 김종성·37)씨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는 교육교재를 발간하고 교사들을 재교육시키는 튼튼교육(주)의 교육팀 이사이다. 직업상으로도 사물을 아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들여다 보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10여년간 동시와 동화를 써왔고, 91년에는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 쉬운 아주 작은 것들도 아이들의 눈에는 경이롭고 큰 것일 수 있습니다. 어른도 세상에 대한 이해가 넓고, 긍정적인 사고가 있으면 그것을 함께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있어 글쓰기는 이러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한계령이라는 필명은 고향이 강원 속초라는 데서 연유한다. 바다와 산 그리고 도시의 삭막함을 두루 경험한 그는 이런 모든 것을 엮어서 글을 쓴다. 당선작 「돌줍기」는 자연에 대한 동경과 도시 공해의 안타까움을 응결시킨 작품이다.
『꼭 필요한 것인데도 무시되는 경우가 있고, 반드시 필요하지 않더라도 가치있는 것이 있습니다. 물이 고이려면 굳은 땅이 필요하듯이 남들이 보잘 것 없다고 느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계속 하겠습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당선소감/“내 몫의 연필 쉽게 깎지 않을 것”
끝이 부러진 연필로 숙제를 마저 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봅니다.
달랑 한자루뿐인 연필인데 다시 깎을 작은 칼은 없고, 밤이 깊어 졸음이 벗하자고 하였겠지요. 잘 써지지 않는 연필 끝에 침 묻혀가며 서둘러 쓴 글씨는 비뚤거렸겠지요. 그나마 다 하지 못하고 앉은뱅이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면, 엄마가 눕혀준 이불 속 꿈 속에서나 숙제를 마저 다 했겠지요. 아침에 일어나 덜 끝낸 숙제를 보면서, 끝이 부러진 연필을 보면서 가슴은 얼마나 퉁탕거렸는지요.
제 나이에도 쓸 연필이 한 자루 뿐인 건 여전한데, 그동안 잘 듣는 칼로 너무 자주 연필을 깎았습니다. 이제 어린 날의 길었던 푸른색 연필은 어느새 옹색한 몽당연필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는 요령에 기대어 쉽게 한 자루뿐인 제몫의 연필이 짧아지는 것을 경계해야겠습니다.
기뻐해 준 가족, 회사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항상 마음에 밟히는 샬롬이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부끄럽고 부족한 글 올려주신 심사위원님과 장을 마련해주신 한국일보사에 감사드립니다.
◎심사평/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 돋보여
한계령(본명 김종성)씨의 「돌줍기」는 응모작품 가운데서 그다지 고심하지 않고 당선작으로 뽑아낼 수 있었다. 함께 보내 온 다른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돋보였다. 아이들의 눈과 마음으로 사물을 볼 줄 아는 작가는 앞으로 더욱 좋은 동시를 쓰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밖에 읽을 만한 작품으로 논의의 대상이 된 것들은 「어떤 아버지」 「비누」 「작은 못」 「발이 큰 아버지」 「호박」 등이었으나 그 어느 작품도 당선작에 겨룰 바가 못되었다.
심사결과 시를 너무 머리로 만들어 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전체 응모작품에 골고루 나타난 경향이다. 말재주 부리는 것이 동시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시는 말로 쓰는 것이지만, 그 말은 삶에서, 가슴에서 우러나야 한다. 더구나 아이들이 읽는 시는 더욱 그렇다. 말뿐인 시가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동시가 아이들이 알 수 없는 「고무신」 타령이나 「박꽃」의 정서만을 되풀이하는 상태에서는 이제 어지간히 벗어나 있다. 하지만 개념이나 상식을 적당한 말재주로 손질해 놓은 「종이꽃」 만들기로 되어 있는 듯해서 안타깝다.<심사위원=이오덕·김종상>심사위원=이오덕·김종상>
□약력
▲60년 강원 속초 출생
▲9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 시 부문 당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