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당선자 이대의(37)씨는 아직 총각이다. 경기 평택 출신으로 85년 서울에 올라와 한국방송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이 대학 학보사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문학적 열정이 남달라 상도 많이 받았다.85년 시문학사 주최의 전국 대학생 문예작품 모집, 전북대가 주최한 황토문학상 소설부문 등에 입상했다. 그러나 정작 문인 명함을 당당히 내밀 수 있는 계기는 만들지 못했다.
『이제 문학보다는 다른 일을 하라는 주위의 권고도 많았습니다. 스스로도 그런 마음이었고요. 자리를 걷어야한다는 자괴감 속에서 응모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너무 기쁩니다. 무엇보다 못난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기운을 잃어갔던 후배들에게 큰 용기를 주게 되어 뿌듯합니다』
이씨는 매주 휴일이면 고향에 내려가 농사일을 돕는 반 농군이다. 그의 시는 그래서 농촌을 가장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당선작 「야경」은 농촌에 남은 사람들이 겨울밤을 지키는 고향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장황하게 늘어놓는 요즘 시와 달리 압축적인 단어를 사용한 정갈한 시풍이다. 소품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의 시가 가진 무게는 만만치 않다.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이 돌이켜보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죠. 아직은 열심히 하겠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당선소감/“10년 창작활동이 중압감으로”
만나는 것만도 좋아 찾아가 보면 저 비기(보기) 싫은 놈이 또 왔으니 술이나 마시자고 하는 고향 사람들. 한창 술기운에 지지리도 복이 없다고 놀려대면, 니는 잘나서 지금껏 그렇게 사느냐며 낄낄거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못난 사람은 못난 사람들끼리 사는 거라고 꼭 나를 그 패거리로 만들어놓고, 전에 한 이야기를 또 하면서 여전히 재미있고 똑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저 깔깔거리던 시간이 그립다.
어쩌다 과음으로 실수할 것 같아 술을 마시지 못하면 내 술주정을 다 받아 넘길테니까 더 마시라고 떼쓰는, 생각해보면 빙그레 웃음이 흐르는 내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으므로 나는 행복하고 글을 쓸 수 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이 큰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기쁘다. 사람들은 내게 인복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 지금껏 나를 가르쳐주신 모든 선생님들, 남도의 문우들, 방송대 학보사 직원들 그리고 함께 글을 써온 풀밭동인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10년이 넘게 글을 창작해왔다는 자부심도 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이유 모를 중압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허나 분명히 약속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올바르게 생활하며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문학의 길을 열어주신 한국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
◎심사평/선명한 압축미 깔끔
엄청난 양의 응모작품을 읽고 선자들이 받은 첫 인상은 응모자들이 전반적으로 우리의 시를 폭넓게 읽지 않고, 일부 기성 시인의 작품을 모방하는데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점이었다.
한편의 시에 우주를 담을 수도 있지만, 모든 시에서 인생과 세계의 전부를 노래할 수도 없는 일이다. 비교적 압축된 형태 속에 제나름의 사연을 담은 응모작품 가운데 세편이 끝까지 남았다.
「연탄을 갈며」외 몇편은 형용사와 부사를 재치있게 구사하여 산뜻한 비유의 솜씨를 보여 주었는데, 상대적으로 동사와 명사가 허약하여 거듭되는 비유를 지나친 치장으로 떨어뜨렸다.
「습진」외 몇편은 작은 건과처럼 여문 작품으로 보였다. 일상적 발언과 시적 진술이 다르다는 것을 응모자는 잘 알고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자 의도한 주제가 너무 애매하여 향기도 없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열매가 되고 말았다.
이대의씨의 「야경」외 5편은 대체로 「먼 곳의 개짖는 소리」가 들려올 만큼 고적하게 버려진 고향 마을의 이미지가 지배적인 작품이다. 그 중에서 표제작품은 적은 말수로 선명한 이미지를 포착하여 깔끔한 완결미를 이룩했다. 불꺼진 방에서 잠든 사람과 마실방에서 이야기하는 우리들, 차가운 바람을 달래며 밤을 밝히는 불빛이 개인과 공동체의 복합적 존재로서 시골을 그리면서 동시에 현실의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삶의 진실을 과장하지 않고 절제된 언어로 은유적 내용을 형상화함으로써 서정시 본연의 모습을 보여 준 점을 높이 여겨 당선작으로 뽑았다.<심사위원=김종길 신경림 김광규>심사위원=김종길>
□약력
▲60년 경기 평택시 안중읍 출생
▲안중고 졸업
▲방송대 국문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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