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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시대의 유엔(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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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시대의 유엔(지평선)

입력
1997.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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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21세기를 4년 앞둔 1997년 1월1일부터 아프리카 가나출신의 직업외교관 코피 아난(59) 신임사무총장의 지휘체제로 들어갔다. 첫 흑인 아프리카인 최고지도자이다. 전임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는 아프리카인이라고 하지만 지중해 연안을 끼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이집트출신이어서 흔히 흑인세계를 대표하는 아프리카인이라고 보기에는 어색한 점이 있었는데 아난이 갈리를 이어 아프리카출신 사무총장이 됨으로써 세계 185개국 회원국들은 적어도 5년간 아프리카 흑인 아난의 얼굴을 쳐다보며 유엔이 어떻게 전쟁을 방지하고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키워 나가려 하는가를 지켜보게 된 것이다.근년에 미국 제28대 대통령 윌슨의 일대기를 그린 「대통령」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윌슨이 1차대전을 끝내는 파리협상 테이블로 날아가 다시는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고 국제평화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이상으로 국제연맹을 창설할 것을 성사시켜 놓고 정작 미국의회로부터 국제연맹안을 배척받아 침통하게 정치생활을 끝내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윌슨은 의회가 국제연맹안 인준을 부결하자 『다시 수백만 젊은이를 죽일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탄하면서 그러나 국제연맹안은 결국 더 아름다운 구도를 갖고 국제기구로 피어날 것이라고 독백했다.

국제연맹 정신을 이어받아 만들어진 것이 국제연합(UN)이었다. 다행스럽게 1946년의 유엔창설 이후 세계대전은 없었다. 그러나 국지전, 독재, 인종문제, 종교문제, 식량궁핍 등으로 많은 국가와 인종이 대전에 못지않은 설움과 압박을 받아 온 것이 20세기 후반부였다. 크게 봤을 때 이런 설움을 받은 대표적 존재가 바로 아프리카 흑인일 것이다.

아난 사무총장은 유엔행정목표를 「보다 홀쭉하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행정」으로 잡고 있다. 유엔분담금 최대체납국인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사무총장에 당선된 아난은 우선 새해에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의 고등체납국으로부터 밀린 분담금을 받아낸 후 가난하고 학대받는 인류의 고통해결에 나서게 될 것을 기대하게 된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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